‘박지성의 후계자’ 이재성(23·전북)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이재성은 1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1차전 미얀마와의 경기에서 전반 35분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8위 한국은 한 수 아래로 여긴 143위 미얀마를 상대로 전반 막판이 다 되도록 골을 넣지 못했다. 패스는 손발이 맞지 않았고, 슛은 계속 빗나갔다. 그 때 이재성이 나타났다. 이재성은 코너킥 상황에서 손흥민(23·레버쿠젠)이 올려준 공을 정확하게 머리로 받아 넣었다. 전반을 0-0으로 마쳤더라면 이날 싱가포르(154위)와 득점 없이 비긴 일본(52위)처럼 답답한 경기 양상으로 흐를 수도 있었다. 결국 이재성의 헤딩슛 한 방으로 한국은 공격의 물꼬를 텄다.
한국은 후반 22분 이정협(24·상주)이 얻어낸 프리킥을 손흥민이 오른발 무회전 슈팅으로 연결해 미얀마의 골 망을 흔들며 2대 0 승리를 거뒀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은 이재성은 은퇴한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34)의 후계자로 거론된다. 왕성한 활동 범위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 능력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측면 공격과 중앙 미드필더를 번갈아 맡는 이재성은 이날 경기에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선제골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경기에서는 이청용(27·크리스털팰리스)을 대신해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했다.
지난해 전북 현대에서 정규리그 26경기에 출전해 4골, 3도움을 기록하며 제 몫을 한 이재성은 이번 시즌에도 1골, 2도움의 성적을 내며 슈틸리케 감독의 낙점을 받아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재성은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A매치 데뷔 골을 터트리는 등 대표팀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이 여전히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 것도 큰 소득이다. 한국이 이날 넣은 두 골 모두 ‘손날두’ 손흥민의 발끝에서 나왔다. 손흥민은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월드컵 2차 예선은 5개국씩 8개조로 나뉘어 진행된다. 각 조 1위를 차지한 8개 팀과 각 조 2위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4개 팀을 합쳐 총 12개 팀이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슈틸리케호는 2차 예선에서 미얀마를 필두로 라오스(175위), 쿠웨이트(125위), 레바논(135위)과 함께 G조에 속해 있다. 한국은 9월 3일 홈에서 라오스와 예선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한편 경기 시작 직전에는 지난 7일 암으로 별세한 정용환 전 축구 국가대표를 기리는 추모 묵념이 열렸다. 해외에서 열리는 경기에 국내 축구인을 위한 묵념 행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박지성 후계자’ 첫스타트는 이재성… 손흥민은 무회전 슈팅 작렬
입력 2015-06-16 2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