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접촉자 관리 하긴 했나… 방대한 지역 전파 ‘비상’

입력 2015-06-16 17:55
국민일보 DB

보건 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의 부실한 ‘메르스 관리망’은 16일 확진자 명단에 추가된 151번(38·여)·152번(66)·154번 환자(52)에게서 다시 확인된다. 이날 발표된 메르스 확진자 4명 중 3명이 보건 당국이나 병원 측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이들 3명은 메르스 확진자를 간병했던 가족이다. 보건 당국은 “확진자와 접촉한 인원을 철저히 관리한다”고 강조해왔지만 정작 환자와 가장 밀접한 가족에 대한 관리엔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러면서도 연일 “우리 간병문화가 문제였다”고 말한다.

◇가족 간병인 빠진 접촉자 관리=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151번 환자는 지난달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남편의 병간호를 하다가 감염됐다.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지난 5일이었다. 이 환자는 확진 전까지 격리대상에서 빠진 채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해 보건 당국의 역학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152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아내(62)를 간병했다. 아내는 자택 격리 조치를 받았지만 정작 152번 환자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아내는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152번 환자는 지난 6일 증상이 발현됐다.

154번 환자는 지난달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모친을 병문안했다. 병문안을 같이 간 누나는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반면 154번 환자는 당국의 모니터링 대상에서 누락됐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14번 환자와 접촉한 응급실 환자를 최우선 순위로 분류했고, 환자 간병인들은 최우선 순위에 들어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보건 당국은 확진자와 2m 이내에서 접촉한 사람은 자가 격리로,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하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은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해 관리했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151번·152번·154번 환자는 ‘슈퍼 전파자’ 14번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는데도 관리되지 않았다.

특히 보건 당국은 154번 환자처럼 간병을 한 일부 가족만 모니터링한 것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당국의 관리 누락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환자 이송업무를 담당했던 137번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도 다수의 인원과 접촉했다는 점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병원→직장→집→사우나 활보=부실한 관리·방역망 아래에서 환자들은 방대한 지역을 오염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원 부족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는 관리망이 뚫려 있어 빚어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가장 우려되는 환자는 154번 환자다. 대구 남구청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으로 업무 특성상 다양한 인원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환자는 정상 업무는 물론이고 직원 회식에 참석했다. 사우나에도 출입했다고 한다. 15일에야 보건소에 오한 등의 메르스 증상을 신고해 검사를 받았다.

152번 환자는 감시대상 명단에 빠져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뒤 의료기관 두 곳을 방문했다. 특히 6일부터 발열증상이 있어 15일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엔 마스크를 착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장구를 착용한 응급센터 의료진이 음압시설이 갖춰진 임시진료소로 이송했다. 하지만 6~14일의 동선이 명확하지 않아 추적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151번 환자는 지난달 27~28일 14번 환자와 접촉한 뒤 지난 8일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선별진료소를 방문했다. 메르스 증상이 발현된 뒤인 5일과 9일에도 다른 의료기관들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나 추적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추가 확진자 중 나머지 1명인 153번 환자(61·여)는 지난 5일 118번 환자와 경기도 용인시 양지서울삼성의원에서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초 능동감시대상자에 포함돼 있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한 보건 전문가는 “밀접 접촉자인 환자 가족을 격리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보건 당국이 평택성모병원 등 다른 병원들은 문을 닫게 하는 등 신속하게 조치했지만 유독 삼성서울병원만 방치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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