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아서.”(메르스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 공무원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보건당국의 방역망을 벗어나 ‘개인 플레이’를 한 공무원에게 질타를 쏟아냈다. 특히 정부가 그냥 ‘감기 수준’이라고 홍보한 탓에 몰지각한 행태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A씨는 지난달 27일과 28일 어머니 병문안을 위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후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2일까지 대구 남구 대명3동 주민센터에 출근해 일상적인 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격적인 것은 8일과 12일 직원들과 회식을 하며 술잔을 돌리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삼성서울병원발 메르스 확산으로 응급실을 다녀간 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방역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공무원인 A씨는 자진 신고를 하지 않았다. 13일 오후 오한과 발열증상이 나타났는데도 다음날 대명5동 동명목간목욕탕에서 목욕까지 했다. A씨는 증세가 심해지자 15일 오전 남구보건소를 찾아가 검사를 받았다. 1, 2차 역학조사 결과 모두 양성 반응이 나왔다.
A씨와 함께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던 어머니와 누나도 메르스 확진판정이 나와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대구 남구청은 A씨가 근무했던 대명3동 주민센터와 목욕을 한 동명목간목욕탕을 폐쇄하고 접촉자들을 자가 격리조치 했다. 하지만 공무원인 A씨가 고열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여 지난 3주간 그의 동선 파악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A씨는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는 대구의료원에 격리된 후인 15일 오후 11시쯤 권영진 대구시장과의 통화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내가)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티즌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중동 감기라고 선전하니 너무 당연한 일” “순진하게 정부 말 믿었던 사람들은 누구라도 자기가 메르스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보건 당국이 안일한 대처와 통제가 근본 원인”이라며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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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확진 공무원 “메르스, 내가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입력 2015-06-16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