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부의 엉뚱한 애니메이션

입력 2015-06-16 17:11
이스라엘 외교부 애니메이션 캡처

이스라엘 정부가 지난해 여름 21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진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당시 이를 보도한 외국 기자들을 조롱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외교부는 15일(현지시간)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게재했다. 지난해 6~8월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 간의 전쟁을 다룬 것으로, 가자지구에서 금발의 외국 기자가 리포트를 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영상 속 외국 기자는 하마스가 파 놓은 땅굴을 ‘팔레스타인 최초의 지하철 공사’라고 보도했다. 또 기자가 ‘가자는 하마스 덕분에 평화스러운 곳’이라고 말하는 순간, 기자 뒤편으로 하마스 대원이 와서 로켓을 발사하는 장면을 배치했다. 아울러 기자가 ‘시민들이 가자에서 인간적 대우를 받으며 산다’고 말하는 순간 하마스 대원이 시민들을 잡아가는 장면을 끼워넣었다.

이후 한 여성이 기자에게 안경을 건네줬고, 기자가 안경을 쓴 뒤 이전과 다른 현실을 보고 놀라 뒤로 자빠지는 장면을 담았다. 이어 “현실을 직시하라, 테러가 가자를 통치하고 있다”는 자막이 뒤를 이었다.

서방 기자들이 현실을 모르고 이스라엘만 비판하고 있다는 걸 주장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현저히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두 신문은 지적했다. NYT는 “기자들이 그렇게 잘못된 내용을 보도한다면 실제로 잘못된 팩트가 어떤 것인지를 진지하게 반박하지는 않으면서 (왜 보도하지도 않은 엉뚱한 내용으로) 반박하느냐”고 따졌다.

이스라엘 주재 외신기자협회도 “오도된 내용과 빈약한 주장의 애니메이션이 오히려 이스라엘 정부의 위신을 깎아먹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