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뻥’ 뚫린 메르스 방역, 안심병원도 속수무책

입력 2015-06-17 00:10

메르스 방역망에 비상이 걸렸다. 메르스 능동감시자가 아무런 감시도 없이 안심병원을 찾는가 하면, 지난달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던 환자가 보건당국의 추적 없이 응급실 면회를 왔다.

국민일보가 16일 입수한 경기지역 A 종합병원 진료 차트에 따르면, 격리 상태에 있어야 할 능동감시자 등이 안심병원을 보호자 신분으로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은 16일 안심병원으로 지정되며 보건당국이 ‘안전하다’고 검증한 병원이다. 안심병원까지 방역이 위협받는 상황이 반복되며, 일선 병원 의료진들이 겪을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 능동감시자인 원무과 직원이 다른 병원 면회

13일 밤 A 병원에 입원한 B씨(22·여)는 발열과 구토, 설사 증상이 있어 남자친구인 보호자와 함께 내원했다. 남자친구인 C씨는 한참을 걱정된 얼굴로 서성이다 병원 측에 여자친구의 면회를 신청했다.

병원 측이 C씨를 응급실로 들여보내기 위해 신원조회를 한 결과, C씨는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도 D 병원의 원무과 직원이었다. 병원 측이 보건소에 문의했을 때, C씨는 능동감시자 상태였다. 이에 병원 측이 C씨에게 D 병원으로 내원할 것을 권고했고, C씨는 자차를 이용해 병원을 빠져나갔다.

A 병원 관계자는 “자가격리 기간인 의료인 C씨가 보호자 명목으로 다른 병원 응급실로 왔다는 것은 의료인으로서의 자질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B씨가 메르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와중에 보건소가 자차로 이동하게 했다는 것은 방역에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난했다. 그는 “다음 날 병원의 이사장이 ‘안심병원을 신청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화를 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내원자 파악조차 안 돼… 병원 응급실 버젓이 드나들어

11일 밤 E씨(여·29)는 운전사고로 입원치료하기 위해 A 병원 응급실을 내원했다. 그의 어머니인 F씨는 딸의 걱정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 확인 결과 F씨는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을 외래 방문한 환자였다.

슈퍼전파자로 알려진 14번째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머물렀던 기간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다. 이에 보건당국은 해당 기간 삼성서울병원 등을 방문한 환자를 집중적으로 역학조사 중에 있다. 하지만, F씨가 다른 병원 응급실을 찾아오는 동안에도 보건당국은 추적은커녕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A 병원 차트에는 “F씨가 119 추적조사 대상자로 선정돼 2주간 추적 조사가 예정됐다”며 “환자의 퇴실 후 침대와 모니터, 의료 기구 등에 방역을 시행했다”고 적혀있다. 현재 E씨는 여전히 이 병원 병동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지역 환자, 발열로 내원… 환자 진술만 믿고 메르스 아니다 판정

13일 밤에는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이집트인 G씨(29)가 A병원으로 찾아왔다. 당시 그의 체온은 39.9도로 발열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집트는 아라비아반도의 인근 국가로 메르스 발병자 수는 1명에 불과하지만, 중동지역이라는 점에서 안심할 수는 없다.

그는 병원에서 “한국에 체류한 지 오래됐고 최근 이집트에 들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메르스를 의심해 그를 3차 상급병원으로 보냈다. 그럼에도 G씨는 “3차 병원에서 메르스가 의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A 병원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찾아왔다.

병원 관계자는 “성인 남성이 39도를 넘는다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며 “환자의 말만 믿고 메르스 확진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심병원으로 임명된 병원에서조차 메르스 능동감시자 등이 쉽게 드나들며 아찔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허술한 방역 관리는 메르스 확산의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16일 추가된 확진자 4명 중 3명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감염이 됐다. 이들 3명은 모두 삼성서울병원과 방역 당국의 방역망 바깥에서 별다른 통제 없이 생활하다 뒤늦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