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부시’ 너무 비슷해서 문제?

입력 2015-06-16 16:37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출마 선언으로 2016년 미국 대선이 ‘클린턴 대 부시’ 가문의 맞대결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두 후보가 ‘너무 비슷해서 문제’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5일(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젭 부시?’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두 후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정책 방향은 다를지 모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공약과 정치적 약점 등은 너무도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유사점은 우선 두 사람 모두 유명 정치가문 출신이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러한 가문의 후광에서 벗어나고자 부단히도 애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성을 떼고 이름만 내세운 선거 로고만 봐도 알 수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지우고자 이름 ‘힐러리’의 알파벳 첫 글자 ‘H’를 내세워 푸른색 로고를 만들었으며, 부시 전 주지사 역시 이름 ‘Jeb’만으로 된 붉은색 로고를 선보였다.

두 사람은 정책이나 공약 면에서도 자신의 가문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클린턴 전 장관의 경우 최근 유세에서 1990년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만든 사법제도를 비판하는 행보를 보였고, 부시 전 주지사도 이라크 전쟁 등 형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유명 정치가문 출신이라는 ‘피로감’ 극복을 위해 두 사람 모두 뭔가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고안해 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중산층 살리기를 역점 공약으로 내세운 가운데 공략해야 할 표밭이 겹친다는 점도 비슷하다.

과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민주당 전략가 행크 셰인콥프는 폴리티코에 “같은 주에서 승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두 사람 모두 중도에 올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60대라는 나이대도 겹친다. 67세인 클린턴 전 장관과 62세인 부시 전 주지사 모두 같은 당의 라이벌, 예를 들어 민주당의 마틴 오맬리(52) 전 메릴랜드 주지사 (52)나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44) 상원의원 등에 비하면 나이가 많은 편이다.

오랫동안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는 것도 공통된 약점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09년 1월 뉴욕주 민주당 상원의원직을 끝으로 정계를 떠나 있었고, 부시 전 주지사도 2007년 1월 주지사직을 마친 뒤 14년 동안이나 정치적 ‘휴지기’를 가졌다.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정치력에 ‘녹’이 슬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셈이다.

풍부한 정치 자금줄을 쥐고 있다는 점도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부분이다.

부시 전 주지사의 경우 리먼 브러더스와 바클레이스 등에서 일한 경력, 클린턴 전 장관은 뉴욕주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며 쌓은 월가와의 친분이 든든한 자금줄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두 사람 모두 유세기간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은 거뜬히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