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의 ‘방역 구멍’이 또 난데없는 메르스 확진 환자를 낳았다. ‘긴밀한 접촉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격리 대상에서 빠졌던 3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간병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들렀다가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확진되기까지 2주 넘게 무방비 상태로 지내며 여러 병원을 경유했다. 4차 감염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6일 “메르스 확진자가 4명 추가돼 총 154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3명 늘어 19명이 됐다. 퇴원자는 3명이 증가해 모두 17명이다. 퇴원·사망을 제외한 환자 118명 가운데 16명은 불안정한 상태다.
추가 확진된 151번(38·여)·152번(66)·154번(52) 환자는 지난달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슈퍼전파자 14번 환자(35)와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154번 환자는 대구의 첫 확진자가 됐다. 3명 모두 가족의 간병을 위해 응급실에 체류했던 방문객으로 격리 대상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이들은 그동안 여러 병원을 경유했고, 일부는 직장에 출근했고, 목욕탕 등 공중시설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들과 접촉한 사람 중 4차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응급실에 있던 환자의 격리·관리가 최우선 순위였다”며 “감염 가능성을 낮게 봤던 방문객 중에서 뒤늦게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시·격리 대상자 판단이 너무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확진자 중 37%인 57명이 환자의 가족이나 병원 방문객이었다.
슬로바키아에서 메르스 의심증상을 보였던 한국인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9차 메르스 긴급위원회를 개최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이 화상으로 참여해 한국의 메르스 확산 상황을 발표했다.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여부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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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6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