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검은 공생’…채권매매 의뢰받고 해외여행비 대납

입력 2015-06-16 16:47

증권사 직원과 펀드매니저의 ‘검은 공생’ 실태가 드러났다. 증권사 직원들이 펀드매니저들에게 1인당 최대 7000만원에 이르는 호화 해외여행 경비를 대주고 채권매매 중개 의뢰를 받았다. 수억원대 성과급을 챙기기 위해 펀드매니저를 ‘관리’한 것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박찬호)는 증권사 직원이 펀드매니저의 호화 해외여행 비용을 대납하는 관행을 단속해 148명을 적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가운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증재 혐의로 옛 ING자산운용(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이던 A씨(44)를 구속기소하고, 보험사 자산운용부장인 B씨(45) 등 1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1000만원 이상 주고받은 이들은 기소했으며 나머지는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B씨 등 증권사 직원 10명은 2010년부터 4년간 펀드매니저 A씨 등 10명의 해외여행 비용을 대납했다. 1인당 최고 7000만원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 대가로 채권매매 중개권을 받았다. 증권사 직원은 펀드매니저로부터 채권매매를 의뢰받아 중개하는데, 실적이 좋으면 기본급보다 훨씬 많은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는다.

한 증권사 채권중개팀은 회사에 35명이 참석하는 제주도 세미나를 개최하겠다고 서류를 만들어 3000만원을 타낸 뒤 펀드매니저의 고액 해외여행비를 대납했다. 펀드매니저들은 이런 식으로 가족, 애인, 심지어는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동반해 해외여행을 다녔다.

검은 거래는 A씨가 해외여행을 대가로 일부 증권사 직원들과 짜고 ‘채권 파킹 거래’를 일삼다 적발되면서 드러났다. 채권 파킹 거래란 채권을 매수한 금융기관이 장부에 곧바로 기록하지 않고 잠시 다른 증권사에 맡겼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 결제하는 불건전 영업행위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