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찍다 총 맞고, 독사에 물리고 - 러시아, 9월부터 셀피 안전 교과목 신설

입력 2015-06-16 15:58
미성년자들이 무모하게 셀카를 찍으려다가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잇따르자 러시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러시아 시사주간 ‘아르구멘트이 이 팍트이’ 15일자 인터넷판에 따르면 최근 모스크바에서는 권총을 들고 셀피를 찍으려던 어린 소녀가 오발로 숨졌다.

모스크바 인근의 학교에서는 학생이 더 좋은 사진을 찍으려다 콘크리트 블록으로 떨어지면서 껍질이 벗겨진 전선에 감전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지방에 있는 하카시야 공화국에서는 한 미성년자가 셀피 때문에 계곡에 추락했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화재로 훼손된 높은 계단에서 셀카를 찍으려던 아이가 계단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뱀 사진을 찍으려다 독사에 물리는 경우가 러시아 여러 도시에서 등장했다.

이에 러시아 교육부는 오는 9월 1일 신학기부터 우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학교들에 셀카와 관련한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과목을 신설토록 허가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시민단체 ‘안전을 위해’가 러시아연방 교육장관에게 정식으로 과목 신설을 요구하자 받아들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초·중등학교 4~9학년 과목에 안전교육 과정을 신설하고 1주에 1회나 한 달에 두 번 강의하는 방안, 혹은 정규 사회과목에 포함시키거나 부모들도 들을 수 있도록 임의과목으로 신설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강의 시간은 다른 과목들과 마찬가지로 45분이지만 강사는 심리학자와 사진사, 경찰이 맡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SNS에 대한 의존성이 갖는 잠재적 위험성을, 사진사들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는 굳이 극단적 상황이 아니라 평범한 사진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을 가르칠 예정이다.

경찰은 셀카 때문에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들의 사례를 아이들에게 교육할 것이라고 한다.

‘안전을 위해’의 드미트리 쿠르데소프 회장은 “미성년자들이 극단적인 사진을 찍어 ‘좋아요’를 얻으려 옳지 않은 모험에 나서고 있다”면서 “우리는 미성년자들에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설명하고자 한다”고 교과목 신설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