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사고가 빈발하는 미국에서 ‘스마트 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 총은 방아쇠와 손잡이 등에 지문인식 시스템이나 RFID(무선 전자인식)칩 등을 장착해 사전에 입력된 신원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 총을 잡으면 발사되지 않는 총기다.
2012년 12월 코네티컷 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총기 규제 여론과 함께 스마트 총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됐다.
연방 상원의원 에드워드 J 마키(민주·매사추세츠)와 연방 하원의원 캐롤린 멀로니(민주·뉴욕)는 최근 ‘권총 방아쇠 안전법’을 입안했다.
스마트 총 도입을 법제화하려는 주들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실상 스마트 총에 관한 연구는 1990년대 미국에서부터 본격화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총기 제작사인 콜트는 1990년대 말 총기 소유자가 낀 반지에서 무선주파수가 나와야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총을 내놓았다.
이어 2000년 스미스&웨슨은 안전한 총기 사용을 위해 새로 제작하는 총에 하이테크 기술을 접목시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회사는 총기소유 옹호단체가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경영난을 겪다가 결국 스마트 총의 제작을 포기했다.
2002년 독일 동부 에어푸르트의 구텐베르크 고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을 계기로 이번에는 독일 출신의 사업가 베른트 디텔이 스마트 총 연구에 나섰다.
그는 22구경의 ‘아마틱스(armatix) iP1’를 개발해 지난해 1정당 1800달러에 시장에 내놨다.
이 총을 쏘려면 주파수를 방출하는 손목시계 모양의 밴드를 차야 한다. 손잡이 끝 센서에 녹색 불이 들어오지 않으면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는다.
같은 해 뉴저지 주에서는 새로 제작되는 총에는 안전을 위해 스마트 기술이 접목돼야 하며 이를 위한 기술개발에 예산을 투입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다.
iP1은 양산 체제를 갖췄고 이어 지문인식 감지기가 달린 스마트 총, 총기 소유자의 손 모양과 생체리듬을 인식하는 RFID을 장착한 스마트 총이 등장했다.
하지만 총기소유 옹호론자들은 스마트 총 기술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도 않은 데다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메릴랜드 주에 있는 총포점 주인 레이먼드 씨는 스마트 총을 팔다가 익명의 총기 옹호론자들로부터 ‘가게를 불태우고 애완견인 불도그를 죽이겠다’는 협박에 시달린 끝에 판매를 접었다.
미국에서는 매년 총기사고로 3만1000여명이 사망하고 7만3000여명이 부상한다.
또 총기살인 범죄 1만1000여건 가운데 대부분 훔친 총에 의해 저질러진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
주인 지문과 일치해야 쏠 수 있는 ‘스마트 총’ 관심 급증
입력 2015-06-16 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