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아내를 찾아주세요”…영국인 치매 할아버지 애끊는 사부곡

입력 2015-06-16 12:26 수정 2015-06-16 13:42
영국인 고든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그리며 쓴 손편지(위 사진)와 분당 서현지구대를 찾아와 할머니를 찾아달라 사정하는 모습. 경기경찰 페이스북 캡처

I CANNOT LIVE WITHOUT MY YU MEE(아내의 이름)

(난 아내 없이 살수 없습니다)

SHE WAS THE BEST WIFE AND PERSON IN THE WORLD.

(그녀는 이 세상 최고의 아내이자 사람이었습니다)

I GO TO JOIN HER IN HEAVEN. -G.M.POOLE

(나는 천국에서 그녀와 함께 할 거예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82세 영국인 할아버지의 사부곡(思婦曲)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할아버지는 한 달 전 할머니를 먼저 떠나보낸 사실 잊고 아내를 찾기 위해 사방을 헤맸다. 네티즌들은 “참사랑”이라며 가슴 뭉클해 했다.

경기경찰청은 지난 15일 공식 페이스북에 영국인 고든 마이클 풀(Gordon Michael Poole)의 사연을 전했다. 경찰은 “고든 할아버지가 아내를 찾아 헤매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지구대까지 찾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관들이 부인의 행적을 찾기위해 주거지를 확인하던 중 고든씨가 한 달 전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쓴 편지를 발견해 두 노부부의 감동적인 사연을 알게됐다“고 적었다.

경찰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고든은 교사였다. 은퇴 후 한국인 아내와 함께 세계 여행을 하다 4~5년 전 아내의 나라인 한국에 정착했다. 이때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고 전했다.

고든의 한국인 아내는 한 달 전 세상을 떠났지만 지병 때문에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잊었다. 그래서 이날 아내를 찾아 분당 서현지구대까지 오게 됐다.

경찰은 고든에게 아내가 먼저 떠났다는 사실을 알렸다. 충격적인 사실을 차마 말로 설명하기 힘들어

고든이 잠시 정신이 돌아왔을 때 자필로 써두었던 편지를 그에게 보여줬다. 편지를 본 고든은 그제서야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경찰은 “잃어가는 기억 속에서도 놓을 수가 없는 한사람에 대한 사랑. 모든 경찰관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6월 15일이었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