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부진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킹스맨과 어벤져스 군단이 휩쓸고 간 극장가에 이제 공룡들까지 몰려왔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박스오피스 1위는 ‘쥬라기 월드’였다. 하루 관객 15만596명을 들여 매출액 점유율 66.4%를 차지했다. 압도적인 수치다.
2~4위도 모두 외화다. ‘샌 안드레아스’(12.4%)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7.1%) ‘스파이’(6.4%)가 나란히 뒤를 이었다. 상위 네 영화 점유율을 합하면 무려 92%를 넘는다. 한국영화는 5위 ‘간신’(2.4%)을 제외하곤 모두 1%에도 못 미쳤다.
외화 강세는 지난 2월 개봉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부터 지속됐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등이 차례로 흥행 바통을 이어받았다. 반면 한국영화 성적은 처참하다.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오늘의 연애’ ‘조선명탐정2’ ‘스물’ ‘차이나타운’ ‘악의 연대기’ 정도다. 스타를 전면에 내세우고도 관객 100만명을 넘지 못한 영화가 수두룩하다.
요즘 관객들 사이에서는 “한국영화 핵노잼(정말 재미없다)”이라는 말이 흔히 나온다.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영화 관계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바로 핵노잼이다. SNS에서 한번 ‘핵노잼 영화’로 낙인찍히면 회복이 불가능한 정도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한국영화 전체가 그렇다? 심각한 문제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타계할 수 있을까. “한국영화는 노출 폭력 신파 셋 중 하나” “스토리는 뻔하고 전개는 진부하다” “기승전, 감성팔이다” “코미디에 억지 감동 끼워 파는 게 제일 싫다”는 관객 의견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발한 내용과 기획이 빛나는 흥행 외화들에서도 힌트가 보인다.
해답을 빨리 찾지 못하면 관객의 마음을 영영 놓쳐버릴지 모른다. 아직 “한국영화 재밌다”는 이들이 있기에 전망이 어둡진 않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감성팔이 그만… ‘핵노잼’ 한국영화, 변화가 필요해
입력 2015-06-16 1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