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마이리틀텔레비전-백종원 편’ tvN ‘삼시세끼’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올리브TV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 올리브TV ‘한식대첩3’ 등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종편 채널까지 쿡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먹방’ ‘쿡방’ ‘힐링 푸드’ 등의 키워드로 기획 초반부터 ‘음식’에 방점을 찍은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덩달아 셰프들의 인기도 급상승했고 음식프로그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셰프들을 모시려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유명한 셰프 모시고 쿡방 찍기의 부작용은 이제 한계점에 다다른 듯 보입니다. 이제는 동 시간대에 같은 셰프가 출연해서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형국입니다. 16일 밤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와 MBC ‘다큐스페셜-별에서 온 셰프’입니다. 두 프로그램에 이연복, 최현석 셰프가 동시에 등장했습니다.
분명 ‘힐링캠프’ 피디와 ‘별에서 온 셰프’ 피디는 사전에 자신의 프로그램이 동시간대에 방송된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시청자들을 위해서 편성을 조정해볼 수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정면 승부수를 띄운 거죠. 그래서 두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대박이 났을까요?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SBS ‘힐링캠프’ 시청률은 5.8%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주 방송분인 3.7%의 시청률보다 2.1%P 상승했네요. MBC ‘다큐 스페셜-별에서 온 셰프’는 어땠을까요? 지난 방송보다 겨우 0.2P 상승해서 3.6%를 기록했습니다. 시청률 경쟁과 상승 포인트에서 모두 SBS ‘힐링캠프’가 우승했네요.
시청률을 넘어 두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합니다. 동 시간대 이연복, 최현석 셰프가 겹치기 출연, 각각의 프로그램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중복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뭐하나 된다 싶으면 다음 아이템 나올 때까지 질리도록 무한 복사+붙이기 신공. 셰프들의 전성시대니까 우선 셰프 모시고 하다가 일단 써먹고 보자는 게 울 나라 특징이구만 뭘 새삼스럽게” “힐링캠프는 몇 주 전부터 출연한다고 기사 나왔었는데 MBC가 좀 조심했어야 했던 거 아닐까. 겹치기야 방송인 아니니깐 상관없지만 둘 다 본방으로 보고 싶은 게 시청자 심리” “셰프들이 아닌 방송사의 예의 없는, 인기에만 치중한 태도가 아쉽다.” “요즘 TV만 틀면 셰프가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방송국아 요리프로 시청률 좀 나온다고 묻어 가려하지 말고 아이템 개발 좀 해라.”
이러한 시청자들의 지적이 무리한 비난으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리얼리티 ‘연애’프로그램이 뜨면 모두 그 기획으로, ‘육아’ 예능이 뜨면 또 너도나도 육아로, 지금은 쿡방으로. 뭐가 하나 뜬다 싶으면 우리 예능피디들 한쪽으로 우르르 몰리고 있습니다.
<유머 1번지> <전국노래자랑> <기쁜 우리 토요일> 등을 히트시킨 예능 1세대 이상훈 피디의 충고를 2015년을 살아가는 예능피디들이 다시 한 번 곱씹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한 프로그램이 뜬다고 하더라도, 다른 피디들이 따라하기를 경계했다. 그건 예능피디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니까. 근데 요즘에는 육아가 뜨면 다 육아하러 가고 요리 프로그램이 뜨면 다 그걸 하고 있다. 뜨는 프로그램을 따라하기보다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서 승부를 해야 한다. 그게 길게 보면 더욱 경쟁력이 있다.”
피디님들, 매일 새로운 아이템 짜내기 힘드시죠? 아는데요. 그래도 셰프 우려먹기는 이제 그만 하셔야겠죠? 셰프들이 사골도 아니고 그만 우리세요.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
[친절한 쿡기자] “피디님들, 셰프는 사골 국물이 아닙니다”
입력 2015-06-16 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