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메르스 확진자 명단 발표마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그동안 발표해 온 메르스 확진자 명단을 살펴보면, 사실과 다르거나 축소된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은 주로 삼성서울병원과 관련된 사실들로, 삼성서울병원의 의사가 감염된 사실을 숨기려 하거나, 감염 경로를 숨기려 했다.
◇ 명단에서 사라진 삼성서울병원 의사들
대책본부는 35번째 확진자 이후 추가로 메르스 확진을 받은 삼성서울병원 의사들을 명단에서 감춰놓았다. 삼성서울병원의 의사들인 62번째 환자와 138번째 환자를 “응급실 체류”라고만 적어 단순 방문객인 것처럼 보이려 한 것이다. 다른 병원의 의사나 삼성병원 간호사를 의료진이라고 명확히 적은 것과는 대조된다. 환자 이송요원 등은 직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까지 했다.
정은경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조사가 안 돼서 말씀을 안 드렸던 것”이라며 “추가로 누가 더 노출돼서 조치해야 하는지에 더 중점을 뒀다”고 얼버무리고 만다.
◇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외 감염사실도 숨기려…
대책본부는 13일 확진을 받은 142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째 환자와 함께 체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42번째 환자는 응급실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병문안을 왔다가 응급 구역 부근의 화장실을 들를 뿐이었지만, 응급실 체류 신분이 됐다.
취재진의 질문에 정 반장은 “응급실을 방문하거나 치료받은 환자는 아니다”며 “친척 병문안을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하며 응급실 뒤쪽 통로로 연결된 화장실을 자주 이용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삼성서울병원을 내원한 방문객들의 역학조사와 관련돼 있다. 응급실 외부에서 감염된 사례가 확인될 경우, 능동감시자 지정의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
◇ 4차 감염도 숨긴다
대책본부는 146번째 환자를 발표하며 14번째 환자와 함께 응급실에 체류했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146번째 환자는 건국대병원에서 숨진 76번 환자의 가족이었다. 심지어 146번째 환자가 확진자로 판명된 15일은 14번째 환자가 응급실에서 체류한 지난달 27~29일로부터 최장 잠복기인 14일이 지나고 사흘이 지난 시점이다.
대책본부가 메르스 질병으로 숨진 환자의 가족력을 조사하지 않았을 리는 만무하다. 146번째 환자가 76번째 환자에게 옮은 4차 감염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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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의 타짜급 문서조작 “삼성서울병원은 다 숨기려…”
입력 2015-06-16 07:56 수정 2015-06-16 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