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시민마라토너 힘 합쳐 7일 동안 고비사막 건넌 스토리 화제

입력 2015-06-16 08:28
시각장애인이 포함된 한·중·일 3국의 시민 마라토너 5명이 한 팀을 이뤄 중국 고비 사막을 통과하는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감동을 주고 있다.

1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시즈오카에 사는 무라키 다카히로(64)씨 등 일본과 중국의 시각장애인 2명은 중국과 한국 국적의 동반주자 3명과 함께 지난달 31일부터 7일간 250km를 완주했다. 특히 이들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50도를 넘는 가혹한 환경에서도 국가와 장애의 벽을 넘어 서로를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팀 이름도 시각장애인 마라토너가 동반주자의 몸에 달린 방울 소리에 의지해 달린다는 데서 착안해 ‘작은 방울소리 프로젝트’라고 지었다.

레이스 중 최대의 난코스는 해발 약 2700m의 톈산(天山)산맥이었다. 무라키씨는 “12kg의 배낭을 메고 눈 덮인 산을 기어가며 걸었다”며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코스 곳곳에 바위가 많아 수차례 넘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3일째 밤에는 다음날도 바위 밭이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에 팀원들 중에 루트 변경을 제안한 이도 있었다.

그러나 중국인 동반주자인 리용제(38)씨가 “다른 루트로 가더라도 길이 더 좋지는 않을 것이다”며 원래 코스대로 갈 것을 독려했다. 한국어·중국어·일본어 등 3개 국어를 구사하는 리씨는 한·일 양국의 팀원들을 적극 설득했고 마침내 난코스를 극복해낼 수 있었다.

6일 마침내 이들은 완주에 성공했고 서로 껴안고 울었다. 무라키씨는 “나를 위해 돈을 내고 함께 뛰어 줬다. 사람 마음의 따뜻함을 알게 됐다”며 기뻐했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한 것은 일본 지바현에 사는 한국인 김기호(47)씨다. 비록 본인은 척추의 피로 골절로 자신은 이번 마라톤에 참가할 수 없었지만 그는 “세 나라의 사람들은 우리처럼 친해질 수 있다”며 “방울 소리가 세계에 널리 퍼질 수 있도록 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