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연구를 토대로 “아이들은 메르스에 잘 안 걸린다”고 했던 보건 당국의 설명이 우리나라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했던 김영미 분쟁지역전문 PD의 인터뷰가 화제를 모았다.
김 PD는 지난 12일 방송에서 사우디의 메르스 실태를 전하며 “사우디의 특이한 생활습관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메르스 전염 비율이 낮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에 메르스가 창궐했던 지난해 4월 현지를 방문한 바 있다.
김 PD는 “사우디는 원리주의적인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여성과 아이들의 외출이 거의 없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에 대부분 개인 차량으로 학교를 갔다가 돌아올 때도 개인 차량으로 돌아오고, 집에 오면 집밖에 나가서 놀 곳이 없다”고 말했다. 날씨가 워낙 덥기 때문에 실외로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 주로 생활한다고 덧붙였다.
김 PD는 “사우디 자체가 그런 폐쇄된 가족들과의 생활 때문에 메르스에 감염될 기회가 많이 적다”면서 사우디의 경우 대도시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발병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지난 9일 메르스 일일상황보고 브리핑에서 “사우디 연구를 보면 메르스 환자의 2%가 소아”라면서 “일반적인 결론은 아이들은 메르스에 잘 안 걸린다는 것이다. 걸린다 해도 증상이 없으며 완쾌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메르스 위험이 낮은 이유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홈페이지에서 메르스 바이러스를 소개하며 ‘메르스는 1세 미만부터 99세까지 어떤 나이에서도 걸릴 수 있다’고 명시해뒀다.
네티즌들은 “사우디와 생활습관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예상하고 발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요즘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밖에서 놀지 않고 공부만 하니까 사우디와 똑같이 적용한 건가”라며 비꼬았다.
한편 아버지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자택에서 격리조치 됐던 경기도 성남시의 7세 어린이는 15일 실시된 4차 검사에서 판정이 보류됐다. 이 어린이가 확진을 받으면 10세 미만의 아동으로서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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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6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