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5일 국회가 위헌논란이 제기된 국회법 개정안을 자구수정 작업을 거쳐 정부로 공식이송하자 "글자 한글자를 고친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거부권 행사 방침을 강력히 시사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이송하면서 여야가 중재안에 합의해 정부가 우려하는 국회법의 위헌소지를 제거했다고 평가했다. 정부에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은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를 '요청'으로 자구를 조정, 시행령 수정의 강제성을 완화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중재안의 내용을 강력히 비판했다.
한 관계자는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글자 한글자를 고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 그렇다고 위헌성이 제거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헌법 수호의 임무를 진 대통령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다른 관계자는 "요구를 요청으로 바꾼 정도로 청와대 입장이 달라지거나 위헌성이 해소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이 문구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의무조항이며, 당연히 강제성이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점도 청와대가 이번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한 관계자는 "문제의 본질은 강제성이 '있다', '없다'의 부분인데 국회에서 그것에 대해 확실한 입장 정리가 확실히 안됐다"며 "이 때문에 자구를 수정했더라도 위헌 소지가 사라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이날 여야가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 합의에 실패하자 청와대는 "법을 만드는 국회가 인준안 처리를 위한 법정시한을 지키지 않았다"며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메르스 사태 대응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면서 총리 인준안 처리를 늦추고 법정시한까지 지키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 내에선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헌법 및 관련 법규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를 거쳐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에 대해 익일부터 15일 이내에 재의요구(거부권)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오는 30일까지 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무회의는 통상적으로 매주 화요일 열리므로 30일 D-Day 전까지는 16일, 23일, 30일 세차례 국무회의가 잡혀 있다.
따라서, 재의요구 이유서 작성 및 법제처 심사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23일 국무회의가 거부권 행사 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다만, 메르스 사태가 지속할 경우 오늘 30일 국무회의 때까지 거부권 행사를 늦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이 이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제헌 국회 이후 73번째다. 가장 최근에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됐던 때는 2013년 1월이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일명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행정부와 입법부와 정면충돌하는 모양새가 빚어지는 만큼 박 대통령과 정치권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개정안이 국회로 되돌아오면 본회의에 상정해 재의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으로서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이에 선뜻 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의 재추진은 곧 당청 관계 파탄을 의미하기 때문에 친박(친 박근혜)계가 비박계로 구성된 원내지도부를 향해 총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권내 역학 관계 때문에 상정하지 않고 폐기 수순으로 갈 경우 여야 간 신뢰에 금이 가면서 앞으로 법률안을 포함한 의사일정 협의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글자 한글자 고친게 무슨 의미있나?” 靑 “국회법 거부권 입장 아직 변화없다”
입력 2015-06-15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