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교직생활을 해온 현직 교사가 아이들을 소재로 한 사진전 'Junior's'를 열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부산 동해중학교에서 근무 중인 하봉걸 수석교사. 최근 지난해 ‘시간이 머무는 땅 라오스’를 주제로 부산학생예술문화회관 초청기획전을 진행하기도 한 그를 만나 Junior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전 주제가 눈에 들어온다. ‘Junior's' 아이들을 주제로 한 사진전을 기획한 이유가 궁금한데?
“우리가 갈수록 잊어버리고 있는 가치 중 하나인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다. 아이들을 주제로 잡은 것도 이런 이유다. 아이들의 웃음을 보면 행복해 지지 않나? 우리를 돌이켜 보면 물질적으로는 풍부해졌지만 그에 반해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잃어버린 것 같은 아쉬움이 있더라. 그래서 아이들을 주제로 이번 사진전을 계획하게 됐다.”
-사진전의 주 배경으로 동남아시아를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가 잃어버린 정신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진 속 배경은 2000년대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아이덴티티는 1960년이다. 물질적으로 가진 것이 많지는 않지만 그 누구 보다 행복한 사람들이다. 사진촬영을 위해 많은 국가를 돌아다녔지만 유독 동남아시아에 눈길이 간다. 현대적인 기준으로는 불편한 삶을 사는 그들이지만 그 자체로 감사하고 행복함을 느끼는 그들을 보면서 많은 감동과 깨우침을 받았기 때문일거다. 특히 순박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입시경쟁에 내몰린 우리 아이들이 모습이 생각나 많이 안타까웠던 것도 사실이다.”
-Junio's 사진전은 부산교육감 취임 1주년에 즈음하여 열리기 때문에 그 의미가 사뭇 남다를 것 같다.
“교육감 취임 1주년 기념 행사로 사진전을 연다는 것이 다소 이례적인 일이기는 하다. 그것도 지역이 아닌 동남아시아 아이들을 주제로 한 사진전시회니 다소 생뚱맞기도 할 거다. 김석준 부산교육감은 취임식에서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의 씨앗’이라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를 열고 모든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줄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웃음과 행복은 결국 정신적인 풍요가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사진전에 내가 몸담고 있는 부산교육이 진정 학생들의 웃음과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의도도 담았다.”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 각종 학교행사 뿐 아니라 학급 행사에서도 사진 찍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맞다. 내가 담임교사로 근무하는 반에서 소풍을 가거나 각종 행사를 하면 직접 사진을 찍었다. 직접 찍고 현상까지 하니 학생들도 좋아하더라. 나는 사진도 곧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사진은 기록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닌가. 내가 맡은 아이들에게 사진을 통해 기록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었다. 매일 같이 일기 쓰기를 지도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만으로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사진을 찍는 일도 일기를 쓰는 일도 생각의 과정이 우선시 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카메라를 놓지 못하는 것 같다.(웃음)”
-제자들에게 항상 노력하는 스승으로 평가받는다고 들었다. 중국어도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배웠다고 들었다. 내가 교사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더 많이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자체도 살아있는 교육이라 생각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디자이너 이상봉 선생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항상 37살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나.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면 학교교육은 시대에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이 예전 같지 않아 교사 생활이 힘들다고들 하는데 학생들이 변했다면 그에 맞춰서 교사들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변화기 위해서는 배움에 열려 있어야 한다.
하 수석교사는 밀양고, 동아대 회화과를 거쳐 부산 동해중에서 30년 넘게 교직생활을 해왔다. 부산중등수석교사회 직전회장을 지냈으며 35년 동안 개인전을 포함해 수십 회에 달하는 전시회를 열어온 사진작가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사진평론분과위원, 부산사진대전 추천작가, 대학 사진학과 출강 등의 이력이 말해 주듯 정통실력파 작가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하봉걸 수석교사의 ‘Junior's’ 사진전은 다음 달 17일까지 부산광역시 교육청 내 공감 갤러리에서 열린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Junior 사진을 보면 행복이 보입니다! 하봉걸 수석교사 인터뷰
입력 2015-06-15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