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노인은 가장 알짜배기 중산층

입력 2015-06-15 17:15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 북서부에 있는 도시인 더빌리지(The Villages)는 미국에서 인구 유입이 가장 많은 소도시 중 하나다. 연중 따뜻한 날씨여서 살기에 좋고, 범죄율도 낮다. 주변에는 수십개의 골프장도 있다. 다들 살고 싶어하는 이곳에 요즘 가장 많이 이주하는 사람들은 노인들이다. 이때문에 더빌리지는 미국의 대표적인 ‘은퇴 도시’로 불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더빌리지를 비롯해 대도시 주변의 살만한 교외의 중산층 주거지역에 수백만명의 노년층이 몰리고 있다고 15일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요즘 노년층은 중산층 중에서도 가장 ‘알짜배기 중산층’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NYT가 통계청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노년층의 씀씀이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1983~2013년 75세 이상 노인 가구의 연간 지출액은 2만9907달러(약 3482만원)에서 3만4382달러(약 3842만원)로 15% 증가했다. 65~74세 노인도 지출액이 4만9738달러(약 4441만원)에서 4만5757달러(약 5225만원)로 18% 늘었다. 반면 55~64세는 지출액이 4% 증가에 그쳤고, 그 이하 연령대인 45~53세(-11%), 35~44세(-12%), 25~34세(-4%), 25세 이하(-2%)는 모두 지출이 감소했다.

노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진 것은 우선 연금과 사회보장비 덕분이다. 64세 이상 노인의 경우 정년을 거의 다 채운 경우가 많아 연금이 많은 편이고, 미국 정부가 경제가 어려워도 사회보장비만큼은 줄이지 않아 노인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아울러 ‘일하는 노인’도 이전보다 많아졌다. 1990년대 말에는 미국 60대의 5명 중 1명만 직업이 있었지만 지금은 3명 중 1명이 일을 하고 있다. 노인들이 이전보다 건강해지고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스스로 은퇴를 늦추는 경우도 많아졌다.

집값이 상승한 것도 ‘부유한 노후’를 보내게 된 이유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때 젊은층은 빚을 못 이겨 헐값에 집을 팔아넘겼지만 지금의 노인들은 여윳돈이 더 있어 팔지 않고 버텨냈고 이후 집값이 회복해 수혜를 입었다고 NYT는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