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 논란이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통해 일단락될 듯 보이지만 정치권에선 벌써 전운이 짙다. 야당이 15일 정 의장의 중재안을 일부 수용한다고 밝혔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또 다시 위헌성을 지적하며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거부권 정국’에선 여권 내 갈등이 불거지고 여야 관계 또한 냉전 국면으로 접어드는 등 정치권 전체가 한동안 요동칠 전망이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번에 마련된 중재안의 정부 이송을 끝으로 논란이 종지부를 찍기를 기대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실에서 정 의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만나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가 의원총회를 두 번이나 여는 등 고민을 많이 해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이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으로 인한 정쟁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메르스 공격에서 빨리 벗어나 6월 국회가 정쟁에서 벗어난 민생국회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친박(친박근혜)계에선 ‘수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더라도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전히 정부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성을 안고 있는 법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만큼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하는 기류가 강하다. 박 대통령은 “정부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어 걱정이 크다”면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MBC 라디오 방송에 나와 “권력분립원칙에 어긋나도록 국회가 너무 강제력을 행사할 때에는 여전히 위헌 요소가 있다”며 “행정권 행사에서 어떤 장애가 되는 소지가 있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적인 문제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이 거부될 경우 당청관계는 최대 분수령을 맞게 된다. 당 지도부가 이를 다시 본회의 표결에 부치는 재의결 절차를 밟으면 당청 관계는 파국을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권에선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이 과정에서 집단 반발하면서 여권의 공멸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요지부동 청와대’를 비판하는 당내 비박(비박근혜)계 목소리가 이를 계기로 분출하면서 당내 계파갈등이 점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한 의원은 “이번에 이송되는 국회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국회의장의 중재까지 거친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여당 지도부가 거부권 행사 이후 치명적인 리스크를 떠안으면서까지 재의결 카드를 밀어붙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단 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통해 당내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재의결을 하지 않는 쪽으로 당 지도부가 밀어붙여 국회법 개정안이 폐기 수순을 밟게 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 시나리오대로 가면 여권 내 갈등은 소강 국면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여야간 마찰은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경제살리기 및 일자리 창출 법안 통과는 어려워지고 의사일정 합의조차 순탄치 않을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로 되돌려 보낸다면 본회의에 상정해 재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거부권이 행사되면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확답을 정 의장으로부터 개인적으로 이미 받은 상태라고도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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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5 2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