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 미숙한 대처로 질타를 받고 있는 보건당국이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신분을 숨기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5일 브리핑에서 “확진자 가운데 4명이 의사이며 이 중 3명이 삼성서울병원 의사”라고 뒤늦게 밝혔다. 보건당국은 삼성서울병원 의사로 확인된 62번(32) 환자가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9일이나 숨겨왔다.
이 의사 환자는 지난달 27일 응급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격리치료 중인 62번 환자는 현재까지 환자 명단에 ‘5.27~5.28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체류’라고만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삼성서울병원 의사 확진자의 신분을 숨긴 사실은 이번만이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진실공방을 벌인 35번(38) 의사 환자의 소속을 공개할 때도 늑장을 부렸다. 이 환자는 지난 1일 이미 확정 판정을 받았지만, 당국은 서울시가 이를 공표할 때까지 사흘 동안 삼성서울병원 의사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또 다른 삼성서울병원 의사 환자인 138번(37) 환자의 신분 감추기는 도를 더했다. 보건당국은 13일 현황 브리핑을 하며 “확진자 중 의사나 간호사는 없다”며 언론에 거짓말까지 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14일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138번 환자에 대해선 ‘5.27 14번 환자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체류’라고만 표기했다가 돌연 의사임을 공개했다.
네티즌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 생명보다 삼성서울병원이 더 중요하구나” “숨기기만 하다 이 사단이 났는데, 한심하다” “현 메르스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와 삼성병원에 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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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5 1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