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조각가 김윤신 팔순 회고전

입력 2015-06-15 15:22
김윤신미술관 제공, 김윤신 작가(오른쪽)가 2010년 아르헨티나 독립 200주년 기념전에 참가해 훌리오 코보스 아르헨티나 부통령과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
김윤신미술관 제공, 김윤신의 나무 조각 작품 ‘분이분일’(分二分一).
국내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 작가가 팔순을 맞아 서울 서초구 한원미술관에서 7월 8일까지 회고전을 연다.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그는 프랑스 파리국립미술학교로 유학을 떠났다가 5년 후 돌아와 상명대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그러던 중 1983년 12월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다 이민을 결심했다. 광활한 자연 속에서 만난 돌과 나무 같은 조각재료에 반했기 때문이다.

이듬해부터 32년간 아르헨티나에 정착한 그는 조형예술원을 설립해 제자를 길러냈다. 2008년 10월에는 사재를 털어 남미 최초의 한국인 작가 미술관인 김윤신미술관(관장 김란)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개관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시는 2010년부터 해마다 11월 둘째 주 토요일에 여는 ‘박물관의 밤’ 행사에 그를 5차례나 초청했다.

15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아르헨티나에 갈 당시 예술가냐, 교수의 길이냐를 결정했어야 했는데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시간적으로 여유롭게 작업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에도 눈만 뜨면 작업을 시작해 하루에 8시간씩 매달린다는 작가는 “나는 엄청난 부자”라고 강조했다. 돈이 많아서 부자가 아니라 마음이 부자여서 그렇단다.

전기톱을 사용하기도 하고 용접을 하기도 하는 힘든 조각 작업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8·15광복과 6·25전쟁 등 험한 세상을 거치다 보니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한 정신을 갖게 됐어요. 정신의 세계, 정신의 힘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금도 나는 못할 것이 없다는 각오를 다지고 이를 위해 매일 기도를 하지요.”

한국·아르헨티나협회가 후원하는 이번 ‘영혼의 노래, 김윤신 화업 60년’ 전에는 ‘합이합일’(合二合一) ‘분이분일’(分二分一) 등 조각·회화·설치 작품 7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그의 목조각은 나무의 생명과 영혼의 울림을 가장 잘 잡아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는 “나무와 더불어 작업을 하다보면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순수해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