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울기만 한다"고 했다 엉엉 운 노벨상수상자

입력 2015-06-15 14:37
연합뉴스 제공

말실수는 한 순간이지만 그 후유증은 컸다. ‘여성과학자들은 울기만 해서 골칫덩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른 영국의 노벨상 수상자가 소속대학에서 사임 압박에 놓이는 등 논란이 커지자 소파에 앉아 엉엉 울어버렸다고 토로했다.

팀 헌트 전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명예교수는 1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조금 혼란스러운 나머지 미쳐버렸던 것 같다”면서 “용서받을 수 없겠지만 반어적이고 농담조의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헌트 전 명예교수는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대회에 참석해 여성과학자들과의 오찬에서 “여성과학자들은 실험실에 있으면 남성과학자와 사랑에 빠지고, 비판하면 울기만 해서 골칫덩이”라면서 “나는 동성 과학자들만 있는 실험실을 선호한다”고 말해 논란을 야기했었다.

헌트 전 명예교수는 인터뷰에서 “나는 끝장났다”면서 “20년 넘게 재직해온 대학 등 학문기관에서 나를 난감한 상황에 홀로 내버려두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것은 물론 내 입장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서울에서 한 발언이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그가 영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UCL은 명예교수직 사표를 종용했다. 또 유럽연구이사회(ERC)는 이사직에서 물러나라고 했으며, 영국왕립협회는 더 정중히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불과 이틀 만에 코너에 몰린 헌트 전 명예교수는 절망감을 느끼고 소파에 앉아 엉엉 울었다고 회고했다. 영국의 원로 면역학자 중 한명인 아내 메리 콜린스 UCL 면역학과 교수도 함께 울었다.

아내 콜린스 교수는 “남편이 집에 있을 때는 쇼핑과 요리를 도맡아 한다”면서 “특히 요리를 아주 잘해서 딸들이 내가 한 것보다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남편은 그 발언처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하고 어리석은 말(unbelievably stupid thing)’을 종종 하지만, 성차별주의자는 아니다”면서 “나는 여성주의자인데 만약 그가 성차별주의자였다면 그와 함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트 전 명예교수는 이 악몽과 같은 상황에서 유일한 위안이 정원을 가꾸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장미 나무를 잘 가꾸는 게 그의 목표라고 한다.

헌트 전 명예교수는 ‘세포 주기’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고 이를 토대로 암 발생 원인을 규명한 공로로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