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기세가 수그러들 조짐이 없다. 두 번의 대유행을 지나 삼성서울병원 등이 3차 진원지 후보로 떠오르면서 메르스가 7~8월까지도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시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가운데 메르스 사태가 3개월가량 지속될 경우 사회적 비용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건당국은 3차 유행의 진원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확진자들을 지목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 바이러스를 최초로 전파한 14번째 환자와 같은 병원 응급실 이송요원인 137번째 환자, 같은 병원 의사인 138번째 환자가 이들이다. 14번째 환자는 응급실 밖을 활보한 사실이 뒤늦게야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확인됐다. 137번째 환자는 2일 증상 발현이 있었음에도 10일까지 9일을 정상 근무했다. 138번째 환자 역시 10일 격리되기까지 수많은 환자를 진료했다.
이들이 접한 시민들이 메르스에 추가 확진될 경우 메르스 유행곡선은 세 번째 봉우리를 그릴 수 있다. 1차 유행지인 평택성모병원에서 첫 봉우리를 그렸고, 2차 유행지인 삼성서울병원에서 두 번째 봉우리를 만들었다. 1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메르스 확진자는 72명으로 전체 150명의 절반에 육박한다. “메르스가 전파력이나 중증도에 비해 과도하게 포장됐다”는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의 과신이 뼈아픈 상황이다.
이미 5000여명에 육박하는 격리자들의 최대 잠복기가 24일까지 열흘 넘게 연장되며, 메르스 확산 사태는 7월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권덕철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제3의 새로운 수퍼 전파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민관합동팀과 논의해 집중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곳곳에서 ‘메르스 피로감’이 호소됐다. 시민들은 “이제는 모르겠다. 더 이상 통제 불가능한 수준” “8월을 넘어서면 사망자도 꽤 나올텐데 이들 중 상당수는 메르스 때문인지도 모를 것” “보건당국 발표 따른다면 어제가 고비이고 오늘부터가 진정국면인 날이 메르스 사태 이후 매일” “메르스 확진이 병원 내에서 머무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초기 방역에 책임을 안 지니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메르스 사태의 경제적 효과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메르스 사태가 한 달 이내인 6월 말까지 종결되면 국내총생산(GOP) 손실액은 4조425억원, 7월 말 끝나면 9조3377억원에 달하고 3개월째인 8월 말까지 갈 경우 20조922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메르스 사태가 8월까지 이어지면 격리자 수가 2만여명이 넘고, 감염자는 648명에 달해 노동 손실액이 610억원에 달하고, 물류서비스나 음식숙박업, 오락 수요가 60%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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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5 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