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부분폐쇄 결정을 내린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은 적막에 휩싸였다.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응급실 내·외부는 물론, 본관 건물 전체와 암병동, 외부 부지에서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병원 본관에 들어서기 위해선 입구마다 설치돼 있는 열 감지 카메라를 통과해야했다. 간혹 눈에 띄는 의료진은 마스크와 방호복, 장갑으로 무장했다.
본관 1층 왼쪽 편의 정형외과 병동은 진입로부터 긴 의자로 완전히 봉쇄됐다. 2층 뇌신경센터와 내과 등도 마찬가지였다. 조명도 대부분 꺼져있어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평소 가득 차던 로비 대기석에는 시민 예닐곱 명이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리고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A씨(57)는 “입원한 가족을 돌보러 왔다”며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B씨(44)씨는 “집이 지방인데다가 어머니가 중환자실에 계셔 갈 곳이 없다”며 “중환자실 대기실이 폐쇄돼 그저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 면회도 못하게 될까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본관에서 암병동까지 가는 길에도 청소를 하는 중년 여성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기자가 직원에게 길을 묻자 “먼저 착용하라”며 마스크를 건넨 후 대화를 이어갔다.
병동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마다 ‘메르스 관련 면회 적극 자제 요청’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병원은 “15일부터 일반 병동을 포함한 모든 병동에서 면회를 제한하기로 했다”며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보호자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의 경우는 예외”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전날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민관합동태스크포스(TF) 즉각대응팀의 압박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삼성서울병원 이송직원(55·137번)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 병원 응급실 감염자가 늘고 의사 등 병원 직원까지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자 메르스 재확산이 우려된다며 전날 병원 측에 즉각적인 대응조치를 요구했다.
병원은 이날 밤 긴급회의를 거쳐 유례없는 부분폐쇄를 결정하고 외래 및 입원, 응급실 진료를 전면 제한하고 응급 수술만 진행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부분 폐쇄가 결정되기까지 내부에서도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그동안 폐쇄가 거론될 때마다 “의료 기관으로서 존재 가치를 잃는다”거나 “메르스가 진정되더라도 공백기의 후유증을 겪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 병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산하 기관인 만큼 이 부회장이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미나 고승혁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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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부분폐쇄, 병동·대기실·응급실 인적 없이 적막
입력 2015-06-14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