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완치자 혈액 뽑아 35번, 119번 중증 환자에 투여…고전적 치료법 효과 기대

입력 2015-06-14 18:28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해 메르스 항체가 형성된 완치자의 혈액을 투여하는 치료법이 시도됐다. 35번 환자인 ‘메르스 의사’(38)와 119번 환자인 경찰(35) 등 2명에게 투입됐지만 아직 큰 효과는 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30대로 건강한 상태에서 감염됐으나 상태가 나빠져 중환자로 분류됐고, 이 ‘혈장(혈청) 치료’를 받았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얼마 전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은 공군 김모 원사의 혈장 400㏄를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와 평택경찰서 경찰관인 119번 환자에게 투여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12일 김 원사가 위중한 메르스 환자를 위해 혈장 헌혈을 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두 환자는 염증이 심각한 상황이라 혈장 주입 치료법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엄중식 한림대의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투여 시점이 좀 늦어서 효과가 부족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완치자가 동의하고 담당 의사가 필요하다고 결정하는 경우 가능한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혈장은 혈액의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 성분을 말한다. 혈액을 원심 분리하면 백혈구와 적혈구 같은 세포는 아래쪽에, 액체 성분인 혈장은 위쪽으로 분리된다. 감염 병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에게 생긴 항체는 이 혈장 속에 포함돼 있다. 일반적인 혈장제제(알부민 등)도 각종 중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인체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원인 병원체에 대항해서 항체를 만들어낸다. 그 항체가 담긴 혈장을 추출해 다른 환자에게 주입하면 동일한 세균과 바이러스를 공격해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메르스처럼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신종 감염병 치료를 위해 종종 시도되는 고전적인 치료법이다.

과거 1995년 콩고에서 에볼라로 245명이 사망했을 당시 생존자 혈액을 주입받은 환자 8명 가운데 7명이 살아남은 기록이 있고, 지난해 미국에서도 에볼라 환자에게 생존자의 혈청을 투여해 치료한 사례가 있다.

메르스도 인터페론, 리바비린 등과 같은 항바이러스제 병합 투여와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로 일부 환자들의 치료에 성공했지만 여러 방법으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중증 환자에게 혈장 치료를 또 다른 대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엄 교수는 “혈장 치료는 고전적인 치료법이지만 효과가 증명된 치료법도 아니다. 하지만 현재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 논의와 허가 절차 등을 거쳐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메르스 상황이 진정 추세가 된다면 확진자의 사망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완치자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중에서 혈장을 얻는 데 별다른 무리가 없는 (건강한) 분들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5번과 119번 환자의 경우 비교적 젊은 데다 혈장 치료 같은 적극적인 방법을 시도하고 있음에도 ‘에크모’(체외혈액순환기)를 착용할 정도로 병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과 전문의들은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나와 생기는 부작용인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것을 그냥 놔두면 패혈증과 장기 부전 등으로 사망에 이른다.

보건 당국은 메르스 환자 중 16명이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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