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감염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송요원이 환자·의료진 등 300여명을 접촉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9일 동안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했다. 그동안 격리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정부는 이 환자가 1번, 14번 환자에 이어 제3의 ‘슈퍼 전파자’가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응급실 이송요원 행적=삼성서울병원에서 이송요원으로 근무하는 55세 남성은 13일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아 137번 환자가 됐다. 이송요원은 스스로 거동이 힘들어 침대에 누워 있는 중증 환자들의 이동을 돕는다. 응급실과 외래 병동, 입원실을 오갔다.
137번 환자는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무는 동안 응급실에 드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격리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고, 보건 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은 왜 그가 격리대상에서 빠졌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에 14번 환자와 접촉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137번 환자에게 처음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 2일이다. 열이 약간 났고 근육통이 있었다. 근무는 10일까지 계속됐다. 정부는 이 환자가 근무하는 동안 폐렴 등 중증인 상태에서 일한 것은 아니라고 파악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전문가들이 판단할 몫이기는 하지만 중증이 아닌 상황에서 추가 감염의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14일 말했다.
이 환자가 접촉한 사람은 13일 현재 확인된 것만 328명이다. 137번 환자가 직접 입원실로 옮긴 환자, 137번 환자가 이동을 도운 환자와 같은 병실을 썼던 환자 등 127명은 1인실로 격리됐다. 이 환자가 직접 이동을 도왔지만 이미 퇴원한 39명, 그가 이송을 도운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쓰다 퇴원한 176명 등 215명이 자택 격리됐다. 자택 격리된 사람 중에는 이 환자와 직접 접촉한 의료진 56명이 포함됐다. 보건 당국은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았으므로 137번 환자와 접촉한 사람 수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슈퍼 전파자 될 가능성은=이송요원은 환자와 짧지만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접촉한다. 하루에도 수십명 환자의 이송을 돕는다. 이송요원과 비슷한 업무를 한 서울아산병원의 청원경찰이 약 10분간 침대에 누운 메르스 환자 이동을 돕다가 감염됐다. 이송요원이 ‘슈퍼 전파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삼성서울병원에는 ‘부분 폐쇄’라는 특단의 조치가 취해졌다.
14일 오후 5시까지 137번 환자의 행적은 뚜렷이 공개되지 않았다.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 센터장은 “전문가 검토를 통해 어디까지를 접촉자의 범위로 정할지, 접촉자의 노출 정도에 따라 격리 병동에 입원 조치할지 아니면 자택 격리 할지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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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4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