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병원 폐쇄에 3차유행할 지경인데, 경제 장차관들은 메르스 '조기 종식' 행보

입력 2015-06-14 17:33 수정 2015-06-14 17:37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14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메르스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인천공항=김지훈 기자

최경환 총리 직무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경제부처 장·차관들이 주말도 잊은 채 민생현장으로 동분서주했다. 보건 당국의 말과는 달리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확산양상으로 치닫자 경제·민생 현장이 파탄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부처 수장들은 민생현장을 돌면서 전염병의 초기대응 실패가 얼마나 무서운 비극으로 이어질 지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고위관리들은 아직도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절감하지 못하는 듯 아리송한 발언을 했다. 인천공항에서 공항검역 시스템을 점검하고 면세점을 둘러본 최 총리 대행은 14일 “메르스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관광업계 영업을 정상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조기 종식’ 발언으로 네티즌들이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총리 대행도 같은 표현을 쓴 것이다. 정부 당국이 초동대응에 실패한 데 대한 책임론을 에둘러 가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최 총리 대행을 모시고 있는 주형환 기재부 1차관 역시 외국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인사동 거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조기 종식’ 언급으로 코드를 맞췄다. 그는 “국제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도 현재 지역사회 전파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메르스 사태의 조기종식을 위해 정부가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합동평가단이 13일 “한국 내 메르스 유행이 대규모이고 복잡한 상황이므로 조치가 완전한 효과를 발휘하는데 수 주가 걸릴 것”, “초기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 등으로 언급한 부분은 간과한 채 지역사회 전파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등의 부분만 떼어내 현 상황이 초기임을 강조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보건당국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3차 감염자가 세계최초로 나오더니 이제는 4차 감염자까지 발생하는 등 메르스에 관한한 우리나라가 새로운 기록을 써나가는 상황이다. 삼성서울병원의 방역 실패로 병원 부분폐쇄 조치까지 발표할 정도로 ‘3차 유행'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현재 메르스 사태를 ‘조기’ 내지는 ‘초기’라고 인식할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들 가운데 몇이나 있을까. 지역사회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김포공항을 찾아 손 세정제와 안내문이 비치돼 있는지 살피고 난 뒤 국내선 항공기 방역 과정을 지켜봤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서울 낙성대에 있는 인헌 시장에서 상인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차관은 인천 연안여객터미널과 국제여객터미널을, 여형구 국토부 2차관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신분당선 강남역을 각각 방문해 대응상황을 점검했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14일 주요 간부들을 대동하고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을 찾아 메르스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임 청장은 “시장 손님이 줄어 걱정”이라며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으니 조만간 정상화될 것”이라고 상인들을 격려했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영등포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서민금융 지원 현황을 점검했다.



세종=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