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유럽 7개국에 여단급 중화기 배치 추진-냉전 후 처음

입력 2015-06-14 17:14
냉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이 동유럽 7개국에 여단급 군대가 사용할 중화기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의 무기 배치 대상 지역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해 연안 3개국과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등 동유럽 4개국이다. 발트3개국에는 각각 150명 규모의 중대 병력이, 동유럽 4개국에는 각각 750명 규모의 대대병력이 투입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중화기가 배치된다. 중화기에는 M1-A2 탱크와 브래들리 장갑차, 곡사포 등이 포함된다. 이들 지역에 배치될 중화기를 모두 합치면 1991년 걸프전 이후 미국이 쿠웨이트에 상주시킨 여단 병력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과 맞먹는다.

이 계획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안보 위협을 느낀 러시아 인접국들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지휘부에 병력파견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데 따른 것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미국과 NATO는 병력을 곧바로 파견하는 대신 중화기를 우선 배치하는 방안을 세웠다.

병력파견을 요청한 당사국들은 환영했다. 라트비아 국방장관이자 대통령 당선자인 레이몬즈 베조니스는 “뭔가 (긴급상황이) 발생한다면 즉각 대응해야 하며 며칠이나 몇 주씩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력 파견을 전제로 한 중화기 배치는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된다. NATO가 1997년 러시아 인접국에 지상군의 주둔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협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이 때문에 NATO 내부에서도 냉전 종식 이전으로 돌아갈 소지가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러시아가 먼저 합의 정신을 무색케 하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게 문제라는 반론도 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스티븐 워런 국방부 대변인은 “중화기 배치 여부와 시점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토군 총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미국 터프츠 대학 교수는 “매우 의미 있는 정책변화”라며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으로 불안해하는 나토 동맹국들을 상당 수준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