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메르스 괴담이 현실로? 경찰 과잉 수사에 시민들 ‘격앙’

입력 2015-06-14 15:52 수정 2015-06-14 16:01
사진=커뮤니티 캡처

경북 경주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나흘 전 나돌았던 ‘괴담’이 현실이 됐다는 반응이 만만찮다.

8일 SNS에는 경주의 한 주민이 서울소재 모 병원을 다녀온 뒤 내과와 약국 등을 방문했고, 인근 학교에 메르스 의심환자까지 발생했다는 글이 유포됐다. 이에 경주경찰서는 11일 SNS에 유포된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며 유포자를 찾아 나섰다. 허위사실 유포로 내과 의원과 약국에 사실 관계 확인 전화가 잇따랐고, 손님마저 끊기는 등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경주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문만큼은 사실로 판명됐다. SNS에서 소문이 확산된 지 나흘이 지나서야 경주에서 메르스 양성환자가 발생했다는 보건당국의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북도가 동국대 경주병원에서 격리된 A씨(59)가 메르스 양성 확진자로 판명됐다고 12일 오전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아들 진료를 위해 3시간가량 체류했고, 31일에도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서 1시간 가까이 있었다. 7일부터 열이 나기 시작해 동국대 병원에서 격리됐다.

시민들은 “메르스 괴담이 현실이 됐다”며 “경북 경주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괴담이 수사 도중 무죄가 되겠다”고 사정당국에 질타를 퍼부었다. 이어 유포된 소문에 대해서는 “병원과 환자의 감염 개요, 약국을 들렸다는 사실까지 일치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실제, 역학조사 과정에서 A씨가 일하는 고교와 병설 중학교, 격리 전 다녀간 포항·경주의 의원 4곳과 약국 3곳, 식당 등에 대한 조사가 잇따랐다. 이에 382명이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동료 교사 B씨(48)가 의심증세를 보여 12일 오후 김천의료원에 의심환자로 격리된 뒤 음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사실이 “우연히 맞아 떨어졌을 뿐” 괴담이라는 입장이다. SNS의 소문에서는 8일 이미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했지만, A씨는 7일 밤 이뤄진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고, 11일 오후 늦게 진행된 2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경찰은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남성이고 괴담의 주인공은 여성”이라며 “인근 중학교에서 의심 환자가 발생하지도 않았다”고 소문의 내용이 사실이 다르다고 확신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사가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나기 며칠 전 이미 메르스 환자가 있는 것처럼 표현한 글은 사실이 아닌 만큼 유언비어 유포와 관련한 사람을 계속 추적해 처벌할 방침”이라고 부르짖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편하지 않다. 한 시민은 “경주에서 7일 메르스 의심환자가 격리됐을 때, 이 소식을 접할 길은 SNS를 제외하고는 없었다”며 “인근 중학교 역시 역학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최초 유포자를 잡아서려는 것은 지나친 과잉 수사”라며 경찰을 질타했다.

다른 시민들도 “A씨도 결국 확진 환자로 판명나지 않았느냐. 보건당국 발표 시점보다 빨랐다는 것으로 사실이 아니라니” “메르스에 대한 발빠른 정보를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과잉 수사만 일삼는 이유가 무엇이냐” “국민 안전을 위해 국민 스스로가 정보를 주고받는 것까지 검열하고 나서는 일은 민주 국가에서 있어선 안 될 일”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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