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동유럽에 대규모 중화기 배치 계획

입력 2015-06-14 13:15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발트해 연안 3국과 일부 동유럽 국가에 3천~5천명 규모의 여단급 병력용 탱크와 보병전투차량 등 중화기를 배치할 계획을 수립했다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이 계획이 승인되면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옛 소련 영향권에 있던 동유럽의 나토 신입 회원국들에 중화기를 배치하게 된다.

NYT는 미 국방부 계획이 작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병합한 이후 유럽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마련됐으며 이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국방장관 회의 이전에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 백악관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계획안에 의하면 150명 규모인 중대 병력용 중화기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에, 750여 명 규모의 대대 병력용 무기는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에 각각 배치된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중화기 배치 국가들을 대상으로 현지 조사를 해왔으며 미 국방부는 중화기 배치와 관련해 철도 개선, 정비 시설 신축 등에 드는 비용을 산출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또한, 새로 배치될 무기 보관시설의 경비는 미군이 아니라 현지인력이나 경호업체가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은 NYT 기사에 대해 "중화기 배치 장소에 대해 동맹국들과 협의를 계속해왔다"면서 "그러나 중화기 배치 여부와 시기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발트 3국이 2004년 나토에 합류한 이후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기 위해 병력이나 군사 장비의 항구적 주둔 또는 배치를 피해왔다.

나토군 총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미국 플레처 법률외교대학원 학장은 동유럽에 중화기를 배치하려는 국방부 계획은 "매우 의미있는 정책 변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상군 주둔만큼은 아니지만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으로 불안해하는 나토 동맹국들을 상당 수준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전석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