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벌써부터 당내 계파갈등의 벽에 부딪혔다. 취임 일성으로 계파갈등 해소를 강조했지만 대립이 불거지자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한 채 확산하는 갈등에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노(비노무현계) 진영을 중심으로는 한동안 잠복했던 신당·분당론까지 고개를 들면서 혁신위가 이대로 계파논란을 털어내지 못한다면 원심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취임 기자회견부터 "의원들의 패권과 계파이익이 당을 민둥산으로 만든다"고 계파갈등을 정조준했다.
그러나 막상 혁신위를 구성한 후로는 정체성 재확립, 리더십 정립, 조직의 건전성 회복, 투쟁성 회복 등 4가지를 원칙만 내세웠을 뿐, 거세지는 계파갈등을 봉합할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혁신위의 첫 회의에서는 4대 원칙 가운데 '정체성 재확립'을 첫 쇄신과제로 삼겠다고 발표, 오히려 비노 그룹의 거센 반발만 불러왔다.
일각에서는 앞으로도 혁신위의 활동은 사사건건 계파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비주류들은 이번 혁신위가 '친노·운동권' 위주로 구성됐다고 비판하고 있어 이후 쇄신안들에 대해서도 '어느 계파에 유리한 결정인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노 진영의 한 관계자는 "4대 원칙에 '투쟁성'이 들어간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대목"이라며 "또 김 위원장은 '젊은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온라인을 중심으로 젊은 당원을 늘리자는 친노 진영의 주장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논의 순서를 뒤로 미루긴 했지만 공천개혁도 대표적인 계파 갈등의 뇌관으로 꼽힌다.
벌써부터 비주류 호남 의원들은 '호남 물갈이론' 등에 경계심을 드러내면서 오히려 친노 인사들부터 '육참골단'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노그룹에서는 한동안 잠잠하던 신당론·분당론이 다시 터져나오는 등 혁신위를 향한 '경고 메시지'가 감지되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새정치연합 내 최소한 4개 그룹에서 분당이나 신당창당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당내 신당파가 '창조적 파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이들이 움직일지 모른다"면서 "대신 앞으로 혁신이 잘 된다면, 이런 세력들도 다시 (당을 중심으로) 뭉칠 수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위험신호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혁신위도 나름대로 계파갈등을 털어내기 위한 대책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혁신위는 당장 22일 광주로 워크숍을 떠나 호남의 민심을 다독이고, 이후로도 비노계열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만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워낙 계파간 불신이 심해 혁신위가 이를 해소할 뾰족한 방법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취임 때 계파모임 중단 등을 촉구하기는 했지만, 정치적인 선언일 뿐 사실상 강제로 계파갈등을 종식시킬 방법은 없다. 징계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혁신위 활동에도 점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野, 혁신위 출범에도 여전히 민둥산?” 계파갈등 증폭...분당론 현실화되나
입력 2015-06-14 0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