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호의 비밀병기 박은선… 축구인생은 굴곡 그 자체

입력 2015-06-14 05:00

‘윤덕여호’의 비밀병기 박은선(29·로시얀카)에게 축구인생은 굴곡 그 자체였다.

박은선은 2003년 미국여자월드컵에서 처음으로 국제무대를 밟았다. 10대였지만 잠재력이 많아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같은 해 20세 이하(U-20)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에서는 8골을 넣어 ‘득점왕’에 올랐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 여자축구의 강세는 박은선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련이 많았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으로 진학하는 대신 여자실업축구 서울시청으로 입단을 결정했다. 그러나 고교 졸업 선수가 대학에서 2년간 뛰어야 한다는 여자축구연맹의 선발 세칙을 탓에 박은선은 3개 대회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로 인해 2005년을 통째로 쉬어야 했다.

성 정체성 논란도 자주 불거졌다. 신장 180㎝, 체중 74㎏의 건장한 체구와 저음의 목소리로 국제대회에서 남성으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2013년에는 여자실업축구의 나머지 6개 구단으로부터 퇴출 요구를 받았다. 지지 여론이 생기면서 서울시청에 남을 수 있었지만 논란은 깊은 상흔으로 남았다. 박은선은 지난해 8월 러시아 로시얀카로 이적했다. 1년6개월의 계약 조건이다.

박은선은 14일 오전 8시(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코스타리카와의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윤덕여(54)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의 출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몸 상태다. 박은선은 지난 3월 키프로스컵에서 왼쪽 발목을, 소속팀에서는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 지금도 통증을 느끼고 있다. 지난 10일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브라질에 0대 2로 완패한 1차전에서는 마지막까지 벤치를 지켰다.

윤 감독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박은선을 호출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 출전이 유력하다. 다만 몸 상태를 감안하면 후반전에 교체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