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수 “나의 가장 큰 백은 하나님”

입력 2015-06-13 07:00 수정 2015-06-13 09:11
방송인 이정수. NXT인터내셔널DB

‘이정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매우 잘생긴 개그맨이라는 것이다.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우격다짐’에서 “내가 누구게?” “분위기다운 되면 돌아온다” 등의 유행어를 남기며 잘생긴 그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이후 점차 TV에서 모습을 자주 볼 수 없게 될 즘에, 그가 홀연히 개그맨에서 배우로 업종을 바꾸고 대학로에서 연기에 매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수의 연극을 비롯해 SBS ‘맨발의 사랑’, 슈퍼액션 ‘시리즈 다세포 코너’, MBC에브리원 ‘환상기담’, KBS 2TV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2’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들을 차분히 쌓아가고 있었다.

대중들이 개그맨 겸 배우인 이정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부분은 그가 기독교인이라는 것이다. 12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정수는 “교회에 처음 갔던 의도는 불순했다”고 했다.

“2010년도 즘이었고 대학로에서 연극하고 공연하던 중이었어요. 심적으로 많이 나약해져 있었고 힘들었죠. 그때 아는 제작자 형이 새로 드라마 들어가는데 ‘교회 한번 나올래?’ 그러셨어요. 당시에 저는 동아줄이든 뭐든 잡고 싶은 심정이었고 당연히 형한테 잘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교회에 처음 가게 됐어요.”

순전히 드라마에 캐스팅되고 싶은 마음으로 교회에 첫 발을 내딛은 이정수는 교회에 간지 4번째 만에 드라마 제작자가 아닌 온전히 하나님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는 “세 번째 예배까지는 형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갔는데 네 번째 갔을 때 그날 설교는 ‘사람한테 기대지 말라. 우리의 백은 하나님이다’는 주제였다”고 말했다.

제작자를 동아줄로 잡았던 그는 이날의 설교로 하나님만 바라보는 크리스천이 되었다. 이정수는 “뭔가 마음속에 쿵하고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의 사적인 욕심을 내려두게 되었어요. 그 형한테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예배 자체에 집중하게 됐고 주님을 섬기게 됐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제 교회에 다닌 지 5년째가 되는 이정수. 그 드라마는 촬영에 들어갔고 이정수도 캐스팅이 됐는지 궁금했다. 그는 “진짜 신기한 건 그렇게 신앙이 생기고 나서 드라마가 엎어졌다”라며 “하나님이 저에게 진짜 신앙을 시험하시는 듯이 드라마는 들어가지 못 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어떻게 되든지 믿음이 생긴 순간부터 삶은 행복했다”며 편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일요일에 교회에 갔다가 햇살이 비치는 벤치에 앉아 있는 게 낙이 되었어요.”

하나님을 만나기 전에 이정수의 삶은



교회에 다니기 전에 이정수의 삶은 어떠했을까. 실제 만난 이정수는 유쾌하기가 정말 넘치는 재치꾼이었다. 화려했던 개그맨 시절을 보냈고 대학로에서 조용히 연기에 매진하던 때도 있었다.

“인기를 떠나서 매일 매일 뭔가 해야 했어요. 항상 쫓겨 사는 삶이었던 것 같아요. 뭘 하지 않으면 불안했죠. 하나님을 믿고 나서는, 하루하루 성실히 사는 것은 맞지만 강박증에서는 해방됐습니다. 그 전에는 마음의 병 때문인지 항상 오른쪽 어깨가 아팠거든요. 교회에 다니고 씻은 듯이 어깨의 통증이 없어졌어요. 모두 마음의 병인 듯해요.”

이정수는 마음이 편안해진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향했던 원망의 마음도 돌이켰다. 그는 “예전에는 나한테 잘못했던 사람들한테 ‘복수할 거야. 두고 봐. 내가 후회하게 해 줄 거야’는 나쁜 마음도 먹었죠. 근데 지나고 보니 모든 원인들은 다 나한테 있었던 것이고 그들을 정죄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지난날의 자신을 반성했다. “하나님을 믿고 가장 먼저 저부터 회계하기 시작했어요. 앙심이 없어지니까 더 마음이 가벼워지더라고요.”

믿음 생활을 하며 이정수는 술과 담배도 끊었다. “예전에는 사람들과 만날 때 술이 없으면 안 됐어요. 근데 교회에 다니면서 술과 담배를 끊었죠.” 이정수는 와인을 좋아하는 아내 때문에 가끔 와인 한잔 정도는 한다고 했다. “제가 술을 끊었으니 아내도 끊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어요. 아내가 와인을 좋아해서, 가끔 그녀와 밤에 와인 한잔 하는 정도입니다.” 이정수는 2013년 4살 연하의 광고업계 종사자 결혼했다.

이정수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정수는 진행자로서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정수의 놀이콘서트’ 기획자이자 MC로 무대에서 대중들과 가깝게 소통하고 있다. 놀이콘서트는 게임을 통해 서로 친목을 형성한 뒤에 진솔한 고민을 통해 각각의 고민 솔루션들을 나누는 독특한 형식이다.

“처음에는 2013년도에 SNS 친구들을 실제로 만나보자는 취지였는데 처음에는 몇 명 안 나왔는데 나중에는 100명 가까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혼자 감당이 안 되어서 콘서트식으로 바꾼 게 놀이콘서트에요.”

어떻게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팬들을 오프라인에서 정기적으로 만날 생각을 했을까. 이정수는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글을 자주 올리는 이유는 외롭기 때문인 이유도 크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외로운데 페이스북에서 그러지 말고 ‘만나자!’ ‘만나서 같이 놀자!’는 게 시작이었어요”라고 전했다.

소소한 오프라인의 만남이 본격적으로 콘서트 형식으로 바뀌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처음에는 팬들과 그들의 지인으로 시작했던 콘서트는 이제 사회복지사들이나 보육교사, 장애인, 자활인 등 감정적으로 마음을 확 터놓지 못 하는 관객층으로 더욱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었다.

“‘사회복지사들끼리 네트워크를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게 됐어요. 서로 단절돼 있는 거죠. 그래서 사회복지사들만을 위한 콘서트를 열게 됐습니다. 그 분들이 한 자리에 만나서 ‘나만 힘든 줄 알았더니, 더 힘든 사람도 있구나’ 그거면 되는 것 같아요.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깊이 공감하고 소통하며 위로를 받게 되는 겁니다.”

개그맨, 배우, 공연 기획자이자 진행자인 이정수. 그는 어떤 꿈을 더 꾸고 있을까. 이정수는 “연기도 더 많이 하고 싶고 라디오DJ이나 예능프로그램MC도 하고 싶다”라며 “내가 가진 재능을 다 쓰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문어발경영’을 하고 있는데 모든 것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겁니다.” 여전히 무대를 사랑하고, 연기를 사랑하며 관객과 소통을 즐기는 이정수. 그의 다양한 재능들과 진심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통’하는 그날을 고대한다.


<방송인 이정수가 독자에게 인사드립니다.mp4>개그맨에서 배우로, 배우에서 최근에는 '놀이콘서트' 제작 겸 MC로 활약하고 있는 방송인 이정수. 그가 국민일보 독자들에게 메르스 정국에 힘내시라고 영상 메시지를 보냈왔습니다. "담대하게 나아가자"는 그의 말이 불안한 정국에 와닿습니다.

Posted by on 2015년 6월 12일 금요일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