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월드’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볼거리는 화려한데 여운은 부족하다.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이다. 막대한 제작비, 거대한 규모, 악(堊)에 맞서는 선(善), 거기에 난데없는 로맨스 한 방울…. 당신이 생각하는 그대로다.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공원 폐장 이후 22년 만에 재개장한 테마파크다. 하루 입장객 2만명을 넘는 호황을 누리지만 관리자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더 큰 자극을 원하는 관객들 입맛에 맞추려 유전자를 조작한 공룡들을 만들어낸다. 재앙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고도의 지능을 가진 하이브리드 공룡 인도미누스 렉스가 우리를 탈출하면서 섬은 아수라장이 된다. 늘 냉철함을 잃지 않던 혁신 센터 총괄자 클레어(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혼란에 빠진다. 그를 움직인 건 위험에 빠진 조카들이다. 랩터 조련사 오웬(크리스 프랫)의 도움을 받아 조카들을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선다.
초반 다소 단조로운 전개는 인도미누스 렉스가 폭주하면서 가속도를 낸다. 그러나 곳곳에 등장하는 클리셰가 제동을 건다. 무슨 일이 생기겠다 싶은 지점마다 예상은 틀리지 않는다. 클레어와 오웬의 뜬금없는 키스신은 헛웃음을 자아낸다.
메시지도 진부하다. ‘인간의 탐욕은 결국 참사를 부른다.’ 전편과 다를 것이 없다. 전달방식까지 1차원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설명하고 설득하는 느낌이다. 스스로 뭔가 깨닫는 맛이 없다. 막판 감동도 뻔하다.
다행히 영화는 장점을 확실하게 살렸다. 거기서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을 얻었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는 개봉 첫날 27만명을 들였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로 한산해진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리즈 1편 ‘쥬라기 공원’(1993) 때에나 신선했던 공룡이라는 소재는 3D를 만나 새로워졌다.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공룡들이 관객의 눈을 홀린다. 아이맥스(IMAX) 상영관 티켓 예매는 이미 하늘의 별따기다. ‘쥬라기 공원’의 추억을 잊지 못한 관객이라면 반길만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뻔하지만 재밌는 ‘쥬라기 월드’ 난 이걸 볼 것인가
입력 2015-06-13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