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메르스 두 번째 양성자 발열 후 입원까지 5일간 활보

입력 2015-06-12 21:55
부산의 두 번째 메르스 양성 반응자가 발열 증상이 나타난 이후 입원하기까지 5일 동안 회사에 출근하는 등 일상 활동을 하고 3곳의 병원을 드나들면서 접촉한 사람이 1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돼 부산 메르스 방어 전선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12일 부산시에 따르면 컴퓨터 관련 회사에 근무하는 이씨는 대전 대청병원에서 2주간 파견근무를 한 뒤 지난달 30일 부산의 자택으로 내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31일 하루 자택에서 휴식을 취한 뒤 6월 1일 도시철도를 이용해 컴퓨터 관련 업체인 회사로 출근했고, 퇴근 후에는 모 식당과 주점에서 지인과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

열이 나기 시작한 건 6월 2일.

이씨는 이날도 출근해 근무한 뒤 퇴근했다가 열이 심해지자 택시를 타고 자택 인근에 있는 A 병원에서 처음으로 진료를 받았다.

이씨는 다음 날인 3일에도 출근해 일했고, 4일 오전 증상이 심해지자 역시 택시를 타고 자택 인근의 또 다른 병원인 B 병원을 찾아가서 두 번째로 진료를 받았다.

B 병원을 찾았을 당시 이씨는 복통과 함께 체온이 38.6도에 이르는 등 전형적인 메르스 증상을 보였지만 이 병원 역시 별 의심 없이 간단한 복통치료만 하고 돌려보냈다.

이후 이씨는 5일 집에서 쉰 뒤 6일 또 다른 병원인 좋은강안병원의 응급실을 찾았다.

발열 증세로 벌써 3차례나 병원을 찾은 만큼 메르스를 의심해 볼 수도 있었지만, 이 병원에서도 간단한 치료만 하고 돌려보냈다.

세 병원 모두 이씨가 확진 환자가 발생한 대전 대청병원에서 파견 근무한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이씨는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이틀 뒤 좋은강안병원을 다시 찾았고, 병원 측도 이씨의 상태가 심상찮은 것으로 파악하고 곧바로 입원 조치했다.

부산시가 의심환자가 있으면 보건소나 시 대책본부로 즉시 신고하라는 대응 매뉴얼을 모든 의료기관에 보냈지만, 이 병원은 신고하기는커녕 이씨를 일반환자와 함께 3인실에 입원시켜 관찰했다.

11일 기침증상까지 발생했는데도 하루 더 지난 12일에야 수영구보건소에 신고했고, 이씨는 시 보건환경연구원 1차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고 해당 병원 음압병실로 옮겨져 격리됐다.

의료진이 80명이 되는 종합병원인 이 병원은 홈페이지에 보건소에서 보낸 메르스 증상과 신고요령 등을 담은 ‘메르스 예방할 수 있어요’란 포스터까지 게시해 놓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들은 그 포스터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메르스 양성환자를 내버려두는 우를 범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