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6일 총과 폭탄으로 무장한 파키스탄탈레반(TTP) 대원 7명이 파키스탄 북부 페샤와르의 학교에 난입해 학생 132명을 포함해 모두 150명을 학살했다. 범인들은 교실을 옮겨다니며 총을 난사했고, 무방비 상태인 학교였기 때문에 어떠한 저지도 받지 않고 테러를 실행할 수 있었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게 한 이 사건 이후 테러가 잦은 파키스탄 북부의 몇몇 주(州)에서는 교사들이 학교에서 총을 차고 다니며 만약의 테러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교사단체가 “우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이지 총을 갖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고 반발했지만, 주 정부는 교사들에게 총기사용법을 훈련시킨 뒤 총기 지급을 강행했다.
그런데 11일(현지시간) 마침내 우려했던 일이 생기고 말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파키스탄 북부 스와트주 밍골라의 한 학교에서 교사가 총기 손질 중에 실수로 총알이 발사돼 12세 학생이 숨졌다고 전했다. 밍골라는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18세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고향이기도 하다. 말랄라는 당시 여성 교육을 반대하는 탈레반을 비판했다가 그들로부터 머리에 총을 맞은 뒤 영국에서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났었다.
WP는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미국에서의 교내 총기 보유와 관련해 논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학교에서도 총기 난사사건이 자주 발생해 현재 20개 주가 교내에 총기를 비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파키스탄에서의 사고로 교내 총기 비치 주장이 힘을 잃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파키스탄 150명 숨진 학교 테러가 낳은 또 다른 비극의 씨앗
입력 2015-06-12 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