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양 미간 사이에 둥근 점 모양의 빈디(Bindi)를 찍곤 한다. 예전에는 물감으로 그렸지만 요즘은 패치 형태의 붙이는 빈디를 많이 사용한다. 3~4세기 때부터 유래된 빈디는 종교적 목적과 함께 기혼 여성임을 나타내기 위한 징표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누구나 찍고 있다. 초기에는 주로 붉은색이 쓰였지만 지금은 온갖 색이 다 동원된다.
그런데 요즘 인도에서 빈디를 생명을 구하는 일에 활용하자는 내용의 ‘라이프 세이빙 닷’(Life Saving Dot·생명을 구하는 점)이라는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고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이 12일 보도했다. 빈디가 어떻게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
인도는 인구의 65% 정도가 농업에 종사한다. 그런데 오랫동안 비료를 주지 못한 경작지의 경우 땅에 요오드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작물도 이를 흡수하지 못한다. 당연히 그 작물을 먹는 사람들도 요오드 섭취를 못하게 된다.
요오드가 부족하면 체내 갑상선 호르몬 결핍을 초래하고 태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발육과 성장, 대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여성이나 임신부가 잘 섭취하지 못하면 각종 부인병이 생겨나고, 태아의 두뇌발달 저하나 조기사망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소금에 요오드를 첨가해 이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천일염 속에 요오드가 많아 별도로 섭취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도 농촌의 경우 이런 요오드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또 가난 때문에 요오드 함유 소금 대신 값싼 소금을 사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3억5000만명의 여성들이 요오드 결핍 상태에 있다고 NPR은 전했다.
때문에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이마에 붙이는 빈디 속에 요오드를 함유시켜 이를 흡수할 수 있게 하자는 게 캠페인의 취지다. 요오드는 소량만 섭취해도 되기 때문에 패치로도 충분한 양의 요오드가 체내로 전달된다. 캠페인 주최자인 닐바산트의료재단은 현재까지 3만명의 오지 여성에게 요오드 빈디를 제공했고 호응이 좋아 더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 돈으로 170원 정도면 서너 달은 쓸 수 있는 요오드 빈디 30개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이 빈디는 너무 힘들게 일하거나 햇빛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요오드 흡수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억명의 인도 여성들에게 요오드 섭취의 중요성을 알리는 목적만으로도 이 캠페인의 의의가 아주 크다고 NPR은 강조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인도의 ‘빈디’를 활용한 생명 구하기 캠페인
입력 2015-06-12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