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93세로 세상을 떠난 영국 배우 크리스토퍼 리는 드라큘라 백작이었고 백색마법사 사루만이었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 마니아에게는 듀크 백작으로도 유명하다.
크리스토퍼 리는 1958년 공포영화 드라큘라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신장 195㎝의 큰 키와 매부리코의 위압감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크리스토퍼 리의 얼굴을 형상화한 뱀파이어는 지금도 영화나 만화에서 사용된다.
1974년 007 시리즈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스카라만가 역을 맡아 공포영화와 컬트영화 밖으로 외연을 넓혔다. 2001년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마법사 간달프와 대적하는 백색마법사 사루만 역으로 전성기를 다시 구가했다. 스타워즈 시리즈 두 편에서는 악당 듀크 백작을 연기했다.
80대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생애 250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2009년에는 기사 작위를 받았다.
스크린의 화려함도 죽음 앞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크리스토퍼 리는 3주간 심부전과 호흡기 질환으로 치료를 받다가 지난 7일 영국 런던 첼시 앤드 웨스트민스터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드라큘라, 사루만 그리고 듀크 백작… “영면하소서”
입력 2015-06-12 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