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일(28·제주 유나이티드)은 박태환(26)의 눈물을 보지 못한 걸까?
다문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겠다고 했던 ‘다문화 태극전사’ 강수일이 도핑 파문에 휩싸였다.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그는 “국민 여러분께서 많은 기대를 해 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편견을 이긴 ‘희망의 메신저’에서 약물의 유혹에 넘어간 ‘일그러진 영웅’으로 추락할 위기에 빠진 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강수일은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4경기에 출전, 5골 2도움을 올리며 전성기를 맞고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달 초 강수일에게 태극마크를 안겼다. 미군 흑인 병사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그가 국가대표로 발탁되자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특히 그가 다문화 아이들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팬들의 관심은 증폭됐다.
그러나 강수일의 꿈은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도핑테스트 A샘플 분석 결과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메틸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강수일은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귀국 비행기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강수일은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이 알려지자 “콧수염이 나지 않아 선물 받은 발모제를 얼굴에 발랐다”고 해명했다. 지금 강수일에게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다.
강수일이 눈여겨봐야 하는 두 선수가 있다. 한 명은 박태환이고 다른 한 명은 약물로 몰락한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이다. 자신의 과오를 눈물로 사죄한 박태환은 최근 옛 스승인 노민상 감독이 운영하는 ‘노민상 수영교실’에서 재기의 물살을 가르고 있다. 반면 암스트롱은 전날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에 있는 자택에서 몇 명의 기자들과 만나 “1990∼2000년대 사이클계에서 자신만 약물을 한 것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강수일은 암스트롱이 아니라 박태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강수일, 박태환 타산지석으로 삼길
입력 2015-06-12 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