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감염 35번 환자(38·삼성서울병원 외과)가 건강이 악화돼 인공심폐장치 ‘에크모(ECMO)’를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뇌사상태에 빠질 정도로 위독한 것일까. 아니면 상태가 조금 나빠졌을 뿐인 것일까.
먼저 답부터 말하면 ‘위독한 상태가 맞다’이다. 일단 에크모를 사용한다는 것은 심장이 최소 한 번 이상 정지되거나 폐 기능을 거의 상실해 자발적으로 호흡을 할 수 없는 초응급상황을 겪고 가까스로 살아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20층 단독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도 첫 응급상황 발생 시 에크모를 사용했었다. 심장이 멎었으나 순천향대서울병원 의료진의 기민한 응급소생술을 받고 심장이 다시 뛰게 되자 에크모를 장착하게 된 것이다.
에크모란 ‘체외막산소화장치’를 뜻하는 영어 ‘엑스트라코포리얼 멤브레인 옥시제네이션’(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의 약칭이다. 심장과 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쓰인다.
다시 말해 에크모는 급성심부전이나 급성호흡부전으로 심폐기능이 어려워져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들에게 말 그대로 심장과 폐 기능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공 심장’ 혹은 ‘인공 폐’라고 불린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의 심장이나 폐가 각각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지거나 정지했을 때, 또는 두 장기가 동시에 기능을 상실했을 때 피를 밖으로 순환하게 해 심장과 폐의 역할을 대신 수행케 할 목적으로 사용된다.
에크모 활용은 동맥-정맥 혹은 정맥-정맥에 도관을 삽입해 연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혈액을 외부로 빼내 순환시키면서 에크모 장치를 통해 이산화탄소는 배출시키고, 산소는 공급해 전체 장기 및 조직에 혈액산소가 원활하게 도달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혈액을 밀어내는 박동 역할을 하는 심장근육을 대신해 펌프기능도 해 준다. 이를 통해 낮아진 산소포화도가 높아지고, 기능이 저하된 심장근육이 제 역할을 할 때까지 순환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호흡기센터 김철홍 교수는 “에크모를 활용하게 되면서 기존의 치료 방법으로는 99% 사망할 수밖에 없는 급성심근경색, 급성호흡부전 환자 중 20~40%를 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폐기능을 거의 상실, 사경에 처했던 중증 호흡곤란 환자 10명 중 3명이 에크모를 사용하면서 생명을 되찾게 된다는 얘기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건희 회장도 쓴 에크모… 메르스 의사, 초응급상황 최소 한번 이상 겪어
입력 2015-06-12 1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