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으로 전국이 뒤숭숭한 가운데 외로운 투병 생활을 하며 잊혀져가는 세월호의 의인 사연이 전해져 누리꾼들의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11일 조선일보는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김홍경(59)씨의 근황을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선원들도 버리고 떠난 세월호에서 단원고 학생들을 로프로 끌어올려 구해낸 김씨는 지금 팔을 들어 올릴 기력조차 없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위암 4기 판정을 받은 김씨는 화학치료를 받느라 머리카락은 다 빠졌고 얼굴은 뼈와 가죽밖에 남지 않았다.
김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불면증에 시달렸던 게 병세가 깊어진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8월쯤부터 급격한 피로 누적, 수면 부족, 음식 못 먹는… 식사량 같은 게 확 줄다 보니까 정신에도 약간 혼동이 생겼다”고 전했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끝까지 배 안에 남아 단원고 학생 수십 명을 로프로 끌어올려 구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 때 뭘 바라고 아이들을 구한 건 아니었다"며 “아이들을 구했다는 안도감에 그걸로 만족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선원과 대비돼 의인이란 찬사도 들었다.
그런데도 김씨는 마음 한편에 늘 아쉬움이 있었다. 더 구하지 못한 아이들이 떠올라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자연 치유가 안돼 병원에도 다녔다.
그러나 힘든 건 정신뿐이 아니었다. 스타렉스 차량에 배관 설비 장비를 싣고 일거리를 찾아 제주도로 가기 위해 세월호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해 그는 전 재산을 잃었다.
자신도 힘든 상황이었으나 그는 단원고 학생들과 그 가족이 먼저라고 생각하며 정부를 믿고 기다렸다. 투병 생활로 더욱 쪼들렸지만 그래도 정부를 믿었다.
'피해 본 건 무엇이든 다 보상해주겠다'고 약속했던 정부는 말뿐이었다. 중고차 값에 블랙박스, 내비게이션만 합쳐 배상금으로 530만원만 주겠다는 것. 김씨는 차 안에 갖가지 공구며 근로자들에게 줄 임금까지 있었다. 해양수산부는 보상을 받으려면 구입 영수증과 함께 차 안에 그 물건이 있었다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가능한 한 영수증을 찾아 제출했으나 '증거 불충분'이라며 모두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1500만원의 빚이 쌓였다. 게다가 해수부는 "530만원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다른 보상금도 줄 수 없다"고 나왔다. 살길이 막막한 김씨는 결국 해수부가 제시한 530만원안(案)에 서명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돈은 아직까지 지급이 되지 않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을 타결짓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만 되풀이하며 아무것도 해주는 것이 없다고 했다.
남편 곁에서 간호를 하며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그의 아내는 "남편이 죽기 전에 아이들을 꼭 보고 싶다고 하는데 사고 뒤 단원고나 학생가족회 등으로부터 연락 한번 받아보지 못한 건 못내 서운하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김씨의 사연은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져 많은 누리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커뮤니티에 글쓴이는 “이 글이 널리 퍼져서 당시 도움을 받았던 아이들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지길 바란다”며 “그래서 김홍경씨가 바라던 대로 아이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가혹한 현실에 마음 아파하며 손놓고 있는 정부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목숨 걸고 좋은 일 해봤자 나라 자체가 장삿속이 되어 버려서 국민들에게 신경도 안 쓴다.”
“그래도 정부를 믿었다. 그래도 나라는 믿었다. 이 말이 참 가슴 아프네. 믿어서는 안되는 게 정부와 나라라니.”
“세월호 사고 때 어린 학생들을 구해준 의인의 말로가 참으로 비참하군요. 정부는 이럴 때 어떻게 처신할지 고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누리꾼들은 또 의인을 돕기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해 보자고 제안했다.
“도와주세요, 여러분!”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세월호 의인 김홍경씨, 정부보상은 무슨? 외로이 암 투병 중
입력 2015-06-12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