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국제전화 몰래 중계해준다고 하면 피하세요”… 수천만원 챙긴 일당 검거

입력 2015-06-11 19:29
국민일보 DB

국제전화 중계 과정에 불법으로 끼어들어 수천만원을 챙기고, 국내 통신사에 수억원대 손해를 끼친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대포폰 유심칩으로 국제전화를 불법 중계해 해외 통신업체로부터 중계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컴퓨터 등 이용사기)로 엄모(56)씨를 구속하고 최모(63)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엄씨 일당은 2013년 7월부터 올 2월까지 유심박스(DMT) 18개에 대포 유심칩 617개를 넣어 특수 중계장비를 만든 뒤 국제전화 신호를 국내전화로 전환해 다시 발신하는 수법으로 약 10억원의 부당한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유심박스는 휴대전화 단말기 하나에 유심칩 여러 개를 꽂아 동시에 여러 회선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엄씨 일당은 국내 유령회사 5개 명의로 SKT와 KT, LGU+에서 대포폰을 개통해 유심칩만 빼낸 뒤 중국에서 들여온 유심박스에 넣어 장비를 마련했다.

이들은 국제전화 통신요금을 거래하는 ‘홀세일’ 사이트에서 한국으로 수신되는 국제전화 중계수수료를 국내 통신업체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인 1분당 약 5원으로 제시해 미국·홍콩의 별정통신업체 5곳과 계약했다.

외국 통신업체로부터 받은 국제전화 중계 수수료는 홍콩에 세운 유령회사 명의의 현지 계좌로 받아 챙겼다. 경찰은 계좌 일부를 분석해 이들이 지난해 6월부터 지난 1월까지 수수료 8700만원을 챙긴 것을 확인하고 인터폴의 협조를 받아 전체 수수료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엄씨 일당은 또 통신당국 허가 없이 불법 전화 중계만 하고 유심칩 개당 평균 140만원인 국제전화 요금 총 9억여원을 통신사에 납부하지 않는 식으로도 이익을 냈다.

엄씨는 통신장비 기술자로 업계에서 알고 지내던 최씨와 함께 범행을 꾸미고 나머지 일당을 끌어들였다. 장비 매입과 구동·운영, 해외영업 및 자금관리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국제전화가 대포 전화를 통해 대량 수신되고 있다는 국가정보원 첩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뒤 통화내역을 분석해 서버가 설치된 사무실을 찾아 엄씨 일당을 검거했다.

경찰은 “북한·중국의 범죄조직, IS등 테러 조직으로부터 국내로 걸려온 전화가 이런 방식으로 국내 통화로 둔갑할 수 있다”며 “모뎀을 이용한 유사 범죄는 있었지만 유심박스 같은 특수장비를 이용한 범행을 적발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