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대 기말고사 문제에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듯한 내용의 지문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5시쯤 홍익대 온라인 학생커뮤니티 ‘홍익인’ 게시판에 ‘A교수님 시험 불쾌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최근 치러진 A교수 수업 기말고사의 영어 지문에 김 전 대통령을 ‘돈 떼먹는 사람’(Deadbeat)으로, 노 전 대통령을 ‘저능아’로 비유한 문장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국민일보 취재팀이 10일 A교수를 만나 시험지를 살펴본 결과 논란이 된 대목은 전체 45개 문항 중 23번, 29번, 40번의 지문 3건이었다. 23번 지문은 김 전 대통령을 채무자로 묘사하며 ‘Dae Jung Deadbeat’로 표현했다. 40번 지문에도 같은 표현이 나왔다. 이 지문에선 ‘Deadbeat'뿐 아니라 김 전 대통령이 ‘Hong-o’(홍어) 대신 인삼을 팔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홍어는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호남 출신을 비하할 때 쓰이는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건 29번 지문이었다. ‘Bongha Prince’(봉하 왕자)가 ‘Roh’(노 전 대통령)에게 사기를 치는 내용이다. ‘Roh’를 IQ 69의 17세로 묘사하고, 그 원인을 6세 때 ‘owl rock’(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머리를 다쳤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부엉이 바위는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곳이다.
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대체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수강생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MB, GH 등의 단어도 나오지만, 구체적 묘사 없이 단순하게 seller(판매자) 또는 buyer(구매자)로 설명됐다”며 “교수의 정치적 호불호를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성명을 내고 A교수의 사과와 함께 책임지고 퇴진할 것을 요구했다.
A교수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해 유명인을 예문으로 든 것이다. 특정 정치인을 비하하려는 목적은 전혀 없었다. 편향된 것도 아니고 46개 지문 가운데 정치인 말고 가수나 다른 유명인도 등장한다. 교실에서의 ‘표현의 문제’에 너무 지나친 간섭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인호 조효석 기자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기말시험 지문에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비난 글 실어… 홍익대 시끌
입력 2015-06-11 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