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외래 환자 어떻게 감염?… “공기 전파 가능성 거의 없다”

입력 2015-06-11 19:42

삼성서울병원에 외래로 방문했던 환자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감염됐다. 보건 당국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응급실 외에 다른 곳에서 환자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해왔다. 하지만 응급실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정형외과를 찾은 외래환자가 감염되면서 새로운 전파 양상이 생긴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국은 “현재까지 공기전파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외래 환자까지…삼성서울병원발(發) 환자 왜 이렇게 많나=정부가 11일 발표한 신규 확진자 중 115번 환자(77·여)는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머물던 지난달 27일 오후 2시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를 찾았다. 정형외과와 응급실은 모두 본관 1층에 있지만 들어가는 입구부터 다르다. 정형외과에서 응급실까지는 보통걸음으로 1~2분 걸린다. 밀접 접촉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14번 환자가 응급실 구역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밝혀 왔다. 그렇다면 응급실 밖에 있던 외래환자는 어떻게 감염된 것일까. 삼성서울병원은 “115번 환자가 병원 안에서 이동하면서 14번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115번 환자는 진료 전에 X선 촬영을 했다. X선 촬영을 하는 영상의학과는 응급실 구역 바로 건너편에 있다. 병원 측은 이 환자가 응급실 구역 화장실을 이용하다 14번 환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했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폐렴 증상을 보였던 14번 환자와 115번 환자가 각각 영상의학과에 들르는 과정에서 동선이 겹쳤을 수도 있다. 의료진이나 의료기구, 문고리, 안전바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옮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삼성서울병원은 하루 평균 8000명이 넘는 외래환자가 찾아오는 국내 최대병원 중 하나다. 보호자, 문병객 등까지 포함하면 1만명 이상이 병원을 오간다. 응급실에서만 2박3일 대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밀집돼 있고, 각종 검사를 받기 위해 환자가 직접 이동해야 한다. 바이러스가 다양한 경로로 전파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0일 밤 기준으로 이 병원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돼 관리 중인 사람이 약 2500명이라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환자 수는 115번 환자를 포함해 55명에 이르렀다.

◇공기 전파 가능성 낮은 이유=외래환자의 감염으로 메르스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공기전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한림대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환자 확산이 광범위해 의구심이 들 수도 있겠으나 환자 중 전파 경로가 불분명한 1~2명은 직접접촉에 의한 전파경로가 분명하게 파악되지 않은 것일 뿐”이라며 “공기 전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2가지 근거를 들었다. ①공기를 통해 전파가 됐다면 지금보다 환자 수가 훨씬 더 많아야 한다. 삼성서울병원을 찾는 외래 환자 8000명 가운데 5%만 공기를 통해 옮았더라도 최소 400명의 환자가 나왔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②공기 중 전파라면 가장 오래 함께 보내는 가족들이 대부분 감염됐어야 한다. 우리나라나 중동 모두 가족 간 전파는 5~10% 이내로만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감염 양상은 비말(飛沫)이나 바이러스가 묻은 물체를 손으로 만지는 등의 밀접접촉이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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