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동시 진학했다고 주장했다가 합격증을 위조한 사실이 드러난 ‘천재 한인소녀’ 김모(18)양의 과거 행적을 고발한 글이 인터넷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양과 같은 학교 동급생이라는 글쓴이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김양이 여러차례 남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글은 11일 오전 유명 커뮤니티 등에 ‘동급생이 밝힌 천재소녀 사기극의 실태’라는 제목으로 나돌았다.
김양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녔다는 글쓴이 A씨는 김양을 ‘필사적인 사람(Desperate Person)'의 약자인 DP로 불렀다.
A씨는 김양이 대학 합격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치밀하게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DP의 모든 이야기는 지난해 세계 수학경시대회 선발전 때부터 시작된다”면서 “학교가 공식 발표한 경시대회 합격자 명단에는 DP 이름이 없었으나 그는 자신이 합격했다고 기뻐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이가 선발전에 합격한 게 맞느냐고 물어보니 DP는 자기가 (합격) 이메일을 받은 것처럼 캡처해서 보여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김양이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적었다. 그는 “DP가 하버드에 조기 입학 신청을 한 뒤 페이스북에 합격했다는 글과 함께 합격증을 올렸다”며 “하지만 진짜 하버드 합격생인 같은 학교 친구 B가 합격자 명단에 DP가 없는 것을 확인했고, 학교와 하버드 측은 DP에게 포스팅을 내리라고 했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이후 김양은 하버드대 존 하버드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그러나 정작 합격 학생 미팅엔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스탠포드 합격생 모임에는 참석해 인증샷을 찍었다고 했다.
A씨는 무엇보다 하버드와 스탠포드 두 학교를 2년씩 다니기로 했다는 김양의 말이 가장 이상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와 전화 토론을 했다는 김양의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양의 합격 논란은 현지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회자됐다. A씨는 김양이 끝까지 합격했다고 주장했다고 알렸다.
A씨는 “(거짓이 탄로 날까) 패닉에 빠진 DP는 하버드 합격 메일을 공개했지만 주소가 하버드 정식 계정(harvard.edu)이 아닌 지메일(gmail.com)이었다”면서 “심지어 몇몇 학생들은 하버드 교수에게 DP에게 해당 메일을 보냈냐고 물었는데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고발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어린 나이에 문서 위조를 하면서까지 주위 사람들을 속인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부는 “한편으론 불쌍하다” “어쩌다가 저 지경이 됐을까”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학벌지상주의의 피해자라며 김양을 측은하게 여기기도 했다.
실제로 A씨는 “제가 다니는 학교는 미국에서 톱 25위 안에 든다. 아이비리그에 꽤 많은 학생을 보낸다”면서 “학생들 간 경쟁이 정말 치열하다. 이런 환경 탓에 DP가 그런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앞서 일부 언론은 김양이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로부터 각 학교를 2년씩 다니는 특별 프로그램을 제공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두 학교 공보팀은 9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전화 인터뷰에서 김양이 받았다는 합격증은 위조된 것이며 각 학교를 2년씩 다니기로 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권남영 김상기 기자 kwonny@kmib.co.kr
“천재 한인 소녀 과거에도 수상했다” 동급생 글 일파만파
입력 2015-06-11 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