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스포츠 강국이지만 축구에선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축구에 맛을 들였다. 서서히 실력을 키운 미국이 북중미 맹주 자리를 차지하더니 이제 세계 강호들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FIFA 랭킹 27위)은 11일(한국시간) 독일 쾰른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에서 열린 독일(1위)과의 평가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터진 바비 우드의 결승골을 앞세워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미국은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국인 독일에 전반 내내 밀렸다. 짧은 패스와 측면 공격을 앞세운 독일은 전반 12분 마리오 괴체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반격에 나선 미국은 전반 41분 미셸 디셰루드의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에르츠게비르게에서 뛰는 미드필더 보비 우드가 후반 42분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역전 결승골을 꽂았다.
미국은 이날 승리로 A매치 3연승을 질주했다. 지난 4월 멕시코(23위)를 2대 0으로 꺾은 미국은 6일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네덜란드를 4대 3으로 제압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세계 최강 독일마저 물리쳤다.
미국 축구가 일으키고 있는 돌풍 중심에는 독일 축구의 ‘전설’ 위르겐 클린스만(51) 감독이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시절 슈투트가르트(독일), 인터 밀란(이탈리아), AS 모나코(프랑스),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바이에른 뮌헨(독일), 삼프도리아(이탈리아) 등 여러 유럽 명문 클럽을 거쳤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에선 서독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며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2008년 7월 오트마어 히츠펠트의 뒤를 이어 바이에른 뮌헨의 사령탑에 오른 클린스만 감독은 2009년 4월 성적 부진으로 조기 해임됐다. 2011년 7월 미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투박하기만 했던 미국 축구에 유럽의 선진기술을 접목했다. 그 결과 미국 축구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브라질월드컵에서 독일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티고 있는 포르투갈,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와 함께 죽음의 조인 G조에 편성됐다. 최약체로 분류된 미국은 그러나 예상을 깨고 조 2위를 차지하며 16강에 진출했다.
미국은 다음달 8일 개막하는 2015 북중미 골드컵에 출전한다. 미국이 골드컵에서도 강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면 독일은 브라질월드컵 이후 세 번째 패배를 당했다. 지난해 9월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에서 2대 4로 패했으며, 10월에는 폴란드에 0대 2로 졌다. 이번에 미국에도 무릎을 꿇으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특급 수비수 필립 람과 간판 골잡이 밀로슬라프 클로제 등이 대표팀에서 은퇴하며 독일은 전력이 크게 약화된 탓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월드컵 챔피언도 격파… 클린스만 아래에서 진화하는 미국 축구
입력 2015-06-11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