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UAE의 메르스더비? 너희 나라로 돌아가!”… 말레이시아 불만 폭주

입력 2015-06-11 11:39 수정 2015-06-11 11:45
손흥민(왼쪽)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8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메르스 우려로 마스크를 착용했다. / 김지훈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수 2위 한국과 3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축구경기를 왜 말레이시아에서 유치했나요?”

말레이시아 네티즌들이 우리나라와 UAE의 축구경기를 놓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메르스 확산 우려에서다. 우리나라와 UAE는 중립지역으로 말레이시아를 선택했지만 메르스 감염국이라는 오명 탓에 환영을 받지 못한 분위기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 싱가포르는 11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샤알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우리나라와 UAE의 축구대표팀 친선경기를 놓고 들끓었다. 야후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와 지역권을 통합한 사이트다. 인구에서 싱가포르(약 550만명)를 압도하는 말레이시아(약 3000만명) 네티즌들이 많이 활동한다.

야후 싱가포르에서 관심이 많은 종목은 농구다. 스포츠뉴스 페이지도 농구 위주로 배치한다. 축구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우리나라와 UAE의 축구경기에 대한 현지 네티즌들의 관심이 승부보다 메르스 쪽으로 기울어진 이유다.

기사의 댓글 게시판엔 불만이 폭주했다. “메르스 주요 감염국의 축구경기를 왜 우리나라에서 유치했나” “양국 선수단에 감염자는 없는 것인가” “한국 선수들은 왜 마스크를 쓰고 있는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방역은 철저히 하고 있는가”라는 의심과 불안이 댓글로 쏟아졌다.

메르스 감염자수에서 세계 2위인 우리나라와 3위 UAE의 대결이라는 점을 앞세워 “메르스 더비”란 조롱도 나왔다. 우리나라의 감염자수는 오전 11시 현재 122명, UAE는 76명이다. 당초 사우디아라비아(1026명)에 이어 감염자수 2위였던 UAE는 우리나라의 빠른 증가세로 한 계단 밀렸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UAE의 선수단에서 메르스 감염 사례는 없다.

말레이시아 언론의 우려도 깊다. 현지 일간 뉴스 스트레이츠 타임즈는 우리나라의 메르스 감염 상황을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우리나라와 UAE의 축구경기를 유치한 당국을 비판한 기사도 다른 매체들을 통해 나왔다.

우리나라와 UAE의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오후 6시에 시작된다. 우리 대표팀은 경기를 마치고 오는 16일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을 위해 태국으로 이동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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