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려한 수사와 강박적일 정도의 세밀한 묘사 때문에 ‘천재작가’로 수식되는 미국의 여류 작가 도나 타트(52)의 신작 ‘황금방울새’(은행나무)가 11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첫 작품 ‘비밀의 계절’ 이후 11년 만이다. 지난해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반기는 독자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책은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호킹지수’(아마존 킨들을 통한 완독률 지수)가 98.5%에 이르러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소설은 인생이 엄마 죽음 전후로 나뉜다고 여기는 한 소년의 성장담을 통해 인간의 운명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실제 그림 ‘황금방울새’의 행방을 매개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시켜 몰입도를 높인다.
소설은 27세 청년이 된 주인공 시오가 14년 전 엄마를 죽음으로 몰고 간, 미술관 폭발사고를 회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술주정뱅이 아빠가 집을 나가고 뉴욕에서 엄마와 둘이 사는 시오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다. 교내 흡연 사건으로 정학을 당한 시오는 운명의 그 날, 엄마와 함께 학교에 가다 비를 피해 잠시 미술관에 들렀다. 미술사를 전공한 엄마는 대학원 진학 꿈을 접고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마침 엄마가 좋아하는 ‘황금방울새’가 전시 중이었다. 그림을 관람하던 중에 일어난 폭발사고로 엄마는 희생된다. 그의 곁엔 사고 현장에서 만난 어떤 노인이 죽기 직전 제발 가져가달라고 맡긴 ‘황금방울새’가 있을 뿐이다.
시오는 졸지에 고아가 됐지만 동시에 미술품 절도범의 신세가 된다. 돌려줄 기회가 더러 있었지만 ‘엄마의 분신’ 같은 그림을 돌려주기를 번번이 꺼리게 되면서 인생은 점점 꼬여 가는데….
갑자기 나타난 아빠의 친절이 엄마 유산을 뺏기 위한 의도였음을 알았을 때의 상처, 삶에 힘과 위로가 됐던 친구의 배신 등 인간 군상의 모습이 펼쳐지고 시오가 발을 들여놓게 되는 미술 암시장 세계는 인간의 탐욕을 보여준다.
“엄마를 잃은 순간부터 나를 더 행복한 곳으로, 나와 더 잘 맞는 삶으로 이끌어줄 지표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소설의 줄거리를 이어가는 장치인 ‘황금방울새’ 그림은 그래서 그 자체로 주인공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 같다. 그림 속에서 새는 횃대에 우아한 포즈로 앉아 있지만 자세히 보면 발이 묶여있다. 한 번의 비극으로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난 소년의 삶. 인간에게 과연 운명은 있는 것일까. 인간의 나약함은 결국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동경과 집착에서 비롯된다는 걸 기상천외한 반전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허진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Book]퓰리처상 수상작 황금방울새 나왔다
입력 2015-06-11 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