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로 몰락한 옛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미국)이 자신이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악의 상징 ‘볼드모트’가 된 것처럼 느낀다고 토로했다.
1990∼2000년대 사이클계에서 자신만 약물을 한 것이 아닌데 모두가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려 하고 있다는 얘기다.
11일(한국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암스트롱은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에 있는 자택에서 몇 명의 기자들과 만나 “해리포터에서 금기어로 여겨지는 인물이 누구죠? 볼드모트였던가요? 모두가 그의 존재를 부정하려고 하죠”라며 말을 꺼냈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볼드모트에 빗대어 “TV나 글에서는 ‘그’에 대해 언급할 수 없는 것처럼 나오지만, 영원히 그럴 수는 없다”며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역사책을 보면 1990년대, 2000년대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는데도 당시 대회 기록지를 보면 우승자만 없고 2등, 3등, 4등, 5등은 있다”며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10년 후에는 사람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스트롱은 고환 암을 극복하고 1999년부터 2005년까지 7회 연속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도로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2012년 약물 사용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든 수상 기록을 박탈당하고 미국반도핑기구(USADA)로부터 영구 제명 처분을 받으며 추락했다.
암스트롱은 당시 자신뿐 아니라 대부분이 약물을 사용했음에도 자신만 처분을 받은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몰락한 사이클 황제 암스트롱 “나는 해리포터의 볼드모트 같은 존재”
입력 2015-06-11 11:57